- 구호통로 외 성과 없이 ‘팔’ 자극
- 이란·레바논 등 반미 시위 확산
- 이스라엘 석유수출 금지 조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방문해 8시간이 안 되는 시간을 머물렀다. 짧은 시간에 구호물품 통행로를 여는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오히려 방문으로 인해 현지 정세가 대혼란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기대했던 ‘분쟁 조정의 균형자’보다 이스라엘의 ‘확고한 후원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반이스라엘 시위에 참석해 수천 명의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시위 참가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태우는 모습. EPA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균형자 대신 후원자로

미국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에 대해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초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 암만을 찾아 요르단 국왕,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이집트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다. 분쟁 조정의 균형자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 참사가 발생해 4자 회담이 취소되면서 일이 꼬였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병원 폭발 참사가 가자지구 테러 그룹의 로켓 오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면서 후원자를 자처했다. 물론 바이든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미국 행정부 내에서 참사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지를 천명하자 중동 국가 사이에서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반감과 분노도 커졌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국영 TV를 통해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시리아와 이라크 무장단체, 예멘 후티 반군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조직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의 지도가 보이는 화면을 내보내면서 이스라엘에 대항한 새로운 전선이 열릴 것으로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베이루트 외곽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는 수백 명의 시위대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을 외치며 돌을 던지고 인근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병원 폭발 참사 진실은?

가자지구 구호물자가 1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국제 공항에서 항공기에 탑재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의 진상을 놓고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명할 ‘스모킹건’이 될 낙하물 파편과 관련한 정보가 현재까지 공개된 것은 없다. BBC 등은 가자지구 현지의 자사 기자를 알아흘리 병원에 보내 취재를 시도했지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저질 재료로 값싸게 만든 하마스 로켓 무기는 예전부터 신뢰도가 낮기로 악명높다면서 하마스가 이번 분쟁에서 발사한 로켓 중 무려 450발이 비행 중 고장으로 이스라엘에 닿지 못한 채 가자지구에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반면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는 이스라엘 측의 폭격이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제 유가 출렁

이란 외무장관이 이슬람 국가들에 이스라엘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를 촉구하자 이날 국제유가는 전날보다 크게 오른 가격에 장을 마쳤다. 이날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83% 상승한 배럴당 88.22달러에 장을 마쳤고 12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93달러까지 올랐다가 1.77% 오른 91.49달러에 마감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석유 소비물량 거의 전부를 수입하지만 페르시아만 주요 산유국 대신 서방 기업이 합작 투자해 석유를 생산하는 카자흐스탄이나 아제르바이잔에서 주로 사 온다. 이 때문에 이란 외무장관의 주장이 이스라엘 석유 수급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