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은 기대 이하 인하 폭 실망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우려, 부동산·금융업계의 연쇄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 등 경제 전반에 위기가 확산하자 유동성 확대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1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LPR를 2개월 만에 낮춘 것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동결했던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를 지난 6월 각각 0.1%포인트씩 인하했고, 지난달에는 동결한 바 있다. 1년 만기 LPR 3.45%는 인민은행이 LPR를 홈페이지에 고시하기 시작한 2019년 8월 4.25% 이래 4년 만에 가장 낮은 금리다. 5년 만기 LPR는 연 4.2%로 종전 금리를 유지했지만 지난 6월 이후 석 달째 최저치를 유지 중이다. 1년 만기는 일반대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5일 인민은행은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경기 하강이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잇따라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7월 소비판매·산업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3.7% 증가에 그쳤고,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생산자물가는 -4.4%를 기록해 디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했다. 청년실업률은 지난 6월 21.3%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 여기에다 비구이위안 디폴트 위기와 헝다 파산보호 신청 등 국내총생산(GDP)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 위기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금리 인하로 경기 부양책을 쓰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하 폭이 유동성 공급 규모, 위안화 환율 방어 등과 관련한 당국의 고민을 종합·반영한 것이라는 평가 속에 1년 만기와 5년 만기 LPR 모두 0.1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치에는 미치지 못해 시장은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다. CNN방송은 “1년 만기 LPR 인하는 예상됐지만 5년 만기 금리에 대한 조치 부재는 이코노미스트들을 놀라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4시10분(한국시간) 기준으로 전장 대비 홍콩 항셍지수 -1.74%,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 -1.79%를 기록했고, 상하이종합지수(-1.24%)도 하락 마감하는 등 범중국 증시는 약세를 보였다. 역내위안/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0.0283위안 오른 7.3128위안, 역외위안/달러 환율은 0.0193위안 오른 7.3258위안에 거래되는 등 금리 발표 이후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오름세다.

5년 만기 LPR 금리를 유지한 점은 부동산 시장 부양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당국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JLL의 브루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원하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