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틴 “유혈 피하려 저지 안 했다”

- 바이든 “美 관여 안해… 체제내분”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의 돌발 무장반란 이틀 만인 2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용병단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침묵을 깨고 나서 내분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로이터 스푸트니크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밤 TV연설에서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줬다. 무장반란은 어떤 경우든 진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그너그룹의 지휘관과 병사 대부분이 러시아의 애국자임을 알고 있다. 그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전우들에 맞서도록 반란에 이용당했다”면서 “마지막 순간에 멈춰 유혈사태로 향하는 선을 넘지 않은 바그너그룹 지휘관과 병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사태 이후 사전 녹화된 방송 인터뷰나 화상 연설을 한 적이 있으나 반란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또한 “사태 처음부터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밝혀 바그너 반란군이 별다른 저항 없이 모스크바 200㎞ 이내까지 신속히 진군할 수 있었던 데 대해 해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및 서방처럼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는 반역을 저질렀다고 지적했고, “국방부와 계약하거나 집에 가도 된다. 아니면 벨라루스로 가라”며 바그너그룹 멤버의 안전은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재확인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연설 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 및 러시아 보안기관 책임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이 문책을 요구한 쇼이구 장관 등 보안기관 책임자에 신임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란 사태의 장본인인 프리고진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11분 분량의 음성메시지를 공개하고 쿠데타를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프리고진은 “우리는 부당함 때문에 시작했다. 항의 시위 차원으로 간 것이지 정부를 전복시키러 간 것은 아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왔던 쇼이구 장관 등 러시아군 수뇌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 이번 일의 목표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반란을 유도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정부군과 충돌할 계획은 아니었다고 적극 해명한 것이다.

러시아 정치권 강경파 등에서 프리고진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프리고진은 바그너그룹 내에서도 비난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방송은 바그너그룹이 모스크바 진군을 멈추고 반란 때 점령한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한 데 대해 부대원은 “프리고진을 믿었던 그들(용병들)이 그냥 배신당했다”, “또 한 차례 몰상식한 봉기였다”며 격분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을 통해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에 미국이 관여한 바 없으며, 이는 순전히 러시아 체제 내 투쟁의 일부라는 입장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반란 사태를 두고 공개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러시아 정보기관이 바그너그룹 반란에 서방이 연루됐는지 조사 중이라는 러시아 측 주장을 직접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내부 혼란을 틈타 우크라이나는 남부 탈환과 동부 진격에 속도를 냈다. 가디언 보도를 보면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들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주 헤르손시의 강 건너 마을 다치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25일 도네츠크주 리우노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보병부대도 지난 주말 격전지로 꼽힌 바흐무트시 외곽에서 500~1000ｍ 진격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