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혼란 몇 주간 더 이어질 것”
- 젤렌스키, 국제사회 압박 촉구
- 러 푸틴, 반란군 철수 후 침묵
- 굴욕 만회할 위력 행사 관측도

러시아 용병 바그너그룹 수장의 돌발 무장반란 사태가 ‘일일천하’로 끝났지만 국제사회는 후폭풍 향방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 내분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6일 우크라이나 전쟁지의 러시아 군부대를 방문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프리고진의 무장반란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P 연합뉴스

CNN방송 로이터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과 각각 통화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제 벌어진 사건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내보였다. 국제질서가 회복될 때까지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방국은 사태를 예의주시한다.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뤼도 총리가 이날 통화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방송에서 “혼란이 앞으로 며칠, 몇 주간 더 전개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이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현지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러시아 진영 내에 존재하는 분열, 군과 보조병력의 취약성 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전날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며 그룹 소속 용병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모스크바를 약 200㎞ 남긴 지점에서 극적으로 철수했다. 다음 날인 25일 프리고진이 침묵을 유지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도 전날 TV연설에서 프리고진을 겨냥, “반역자” “가혹한 처벌”이라고 비난한 뒤에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러시아 국가대테러위원회가 수도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에 발령했던 대테러작전 체제를 26일 오전 9시부터 해제하는 등 프리고진의 모스크바 진격에 따른 제한 조치는 풀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최격전지 동부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프리고진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이동하는 사이 바흐무트 주변을 공격, 600~1000ｍ 진격하는 등 러시아 내분을 틈타 공세 강도를 높였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에서는 이번 반란이 우크라이나에겐 호재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으로 인한 러시아의 혼란이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추진력을 안겨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러시아가 ‘굴욕’을 만회화려 더 강한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독일 슈피겔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국경 밖에서 새로운 위력 행사로 러시아 내에서 겪은 굴욕을 만회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푸틴이 전선에서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려 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내부 혼란이 유용할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바그너그룹이 벨라루스에서 우크라이나에 측면 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