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2일(현지시간) 정부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세 번째 회담을 가졌다. 미국 정부가 추산하는 채무 불이행(디폴트·국가부도) 시한이 내달 1일로 열흘 남은 가운데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한도 상향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으나 백악관을 비롯해 민주당은 공화당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22일(현지시간)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논하기 위해 백악관에서 세 번째 회담을 가졌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초당적 합의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우리가 진전을 이룰 것이라는 데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또한 세금 구멍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며 “부자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회담을 마친 뒤 짧은 성명에선 “회담이 생산적이었다”고 말했다.

회담을 마친 후 매카시 의장은 “아직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면서도 “생산적 논의를 했다고 느꼈다. 우리가 논의했던 다른 어느 때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여전히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믿는다”며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매일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두 사람이 국가부도 사태를 막기위해 초당적 합의에 다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표명했지만 민주당 내부에서 공화당의 정부 지출 삭감 요구에 저항하면서 아직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 9일과 16일 백악관에서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호주 등 순방 일정을 취소하고 의회와 협상을 위해 전날 귀국했다.

미 재무부는 의회가 이달 중으로 부채한도를 높이지 않을 경우 이르면 내달 1일 연방정부 채무 불이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서한을 보내 “재무부가 연방정부에 도래하는 청구서를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재차 경고했다. 그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상당한 세수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 중순까지 정부가 버틸 수 있는 확률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항상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으며 의회는 1917년부터 연방정부 채무 상한을 법으로 정해 거의 매년 이 한도를 올려 왔다. 이처럼 관행적이지만 오바마 행정부 당시 2011년 채무불이행 이틀을 앞두고 여야 간 부채한도 상한을 극적 합의한 사례가 있다. 이번 상황도 그때와 마찬가지다.

의회가 제때 부채한도를 올리지 못할 경우 연방정부의 재원이 고갈돼 군인 월급을 비롯해 각종 지출을 충당하지 못하는 최악의 경제적 재앙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공화당이 저소득층 급식 지원 프로그램에 있어 추가 삭감을 제안했으며 양당의 동의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공화당은 그간 협상에서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일부 프로그램 삭감 및 코로나19 지원금 회수를 주장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내년도 정부 지출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공화당은 전년 수준으로 삭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른 프로그램을 삭감하고 군사 지출을 확대하는 것 또한 공화당의 요구 사안이다.

내년 재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일부 지출 항목 삭감을 포함해 기본적으로 협상에 유연한 입장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공화당 협상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귀국 직전 기자회견에서 공화당의 요구를 “솔직히 수용할 수 없다”며 “이제는 상대방이 극단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공화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채무불이행 시한 전에 부채한도 상향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려면 이번 주 중으로 협상이 타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