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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 64년 만에 늦깎이 군주…영국 연방 결속 강화 등 숙제

찰스3세 국왕 시대 개막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2-09-12 19:49:11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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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사회문제 적극적인 발언
- 왕실 특권 내려놓기 등 행보 불구
- 서거 여왕보다 국민신뢰 못 얻어
- 56개 국가 느슨한 형태 연합체
- 군국주의 반대 확산 등 해법 관심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서거로 영연방엔 ‘찰스 3세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아들 찰스 3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국왕에 공식 취임했다. 1948년 11월 14일 여왕과 남편 필립공의 장남으로 태어나 1958년 영국 왕세자(웨일스공·Prince of Wales)에 책봉됐고, 여왕의 서거로 74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그는 국왕으로서의 첫 대국민연설에서 “충성심 존중 사랑으로 영국인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선언했다.
11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서거로 영국의 새 국왕이 된 찰스 3세가 런던 버킹엄궁에서 국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목소리 높이는 군주 되나

무려 64년을 왕세자로 있다가 74세 늦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찰스 3세의 행보는 선왕 때와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영국 매체는 찰스 3세가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는 달리 때로는 정치적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는 군주가 될 것이라고 봤다. 

왕세자 시절 그는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04, 2005년 농업 유전자변형 지구온난화 사회적소외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 자신의 견해를 표명하는 편지와 메모를 정부 각료와 의원들에게 보내 ‘간섭하는 왕자(meddling prince)’라는 별명을 얻은 일이 대표적이다. 전기 작가인 조너선 덤블비는 찰스 3세가 국정 현안에 관해 적극적인 자기 의사를 표명할 것으로 보면서 “이 같은 방식은 헌법적으로, 정치적으로 잠재적 폭발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찰스 3세가 국가 또는 왕실 소유의 수많은 궁전과 거주시설을 모두 왕실이 차지할 필요는 없다고 보며, 선왕이 마지막에 머물렀던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을 국가에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평소 왕궁 개방을 더 확대하고, 특권을 누리는 왕실 구성원의 범위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변화도 예상된다. 앞선 2012년 여왕의 즉위 60주년 기념행사 때 왕궁 발코니에서 인사하는 왕족을 자신의 직계로 제한했고,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왕족 특권을 박탈한 일에도 그의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제’ 영연방 유지될까

찰스 3세는 대외적으로도 여왕이 2015년 이후 중단한 해외순방, 특히 영연방 국가들에 대한 국빈 방문을 재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영연방(Commonwealth)의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선왕의 뒤를 잇겠다는 의지인데, 영연방이 현대사회에서 그 의미가 퇴색된 터라 더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오히려 찰스 3세 시대 개막을 계기로 영연방 원심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연방은 과거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56개 국가의 느슨한 연합체로, 이 가운데 영국 국왕이 국가 수장인 나라도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5개국이나 된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를 맞이해 영연방은 거대한 전환의 시기를 맞게 됐다”며 “영국 연방은 후기 식민국 클럽에 불과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여왕의 죽음으로 가입국들이 연방에 더 많은 의문을 품고, 거리를 두려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1952년 여왕이 즉위할 때만 하더라도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 나치와 싸워 이김으로써 세계 평화를 지켰다는 지지를 받았으나 이후 차츰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잃었고, 제국주의 군국주의에 대한 반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호주 뉴질랜드 자메이카 등 일부 영연방 국가에서는 공화국으로 전환하자는 내부 논의가 끊이지 않는다. 11일 가디언 보도를 보면 영국 국왕이 국가 원수인 카리브해 섬나라 앤티가바부다는 3년 내 공화국 전환을 두고 국민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독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면서 더는 여왕을 섬기지 않는다. 올해 4월 캐나다에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는 “찰스 왕세자는 왕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답하는 등 영연방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

여왕 서거에 관해서도 영연방 국민 사이에선 과거 식민지배와 노예제를 행한 영국의 군주를 애도할 수 없다며, 입헌군주제 폐지와 노예제 배상 요구 여론이 터져 나왔다. 마야 재서노프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여왕은 떠났고, 제국주의 군주제도 끝나야 한다. 새로운 왕은 왕실 권위를 축소해 영국 왕실을 북유럽 왕실처럼 바꾸는 역사적인 결정을 할 기회를 맞았다”고 말했다.

■군주제 폐지 여론도 거셀 듯

찰스 3세는 대내적으로도 군주제 폐지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이 국가원수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영국 정치운동 단체 ‘리퍼블릭’은 “공화주의 또는 군주제 철폐의 분위기는 여왕의 장례식을 전후해 많이 가라앉겠지만 머지않아 왕실의 장래에 관해 새로운 차원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한 국민의 존경이 공화주의를 억누르는 측면이 있었으나 새 국왕 찰스 3세는 이런 존경과 무게감을 물려받지 못했다”며 군주제 폐지 여론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10일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여왕과 달리 찰스 3세는 왕세자 시절 불륜으로 다이애나비와 이혼해 국민 신뢰를 많이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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