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의석 넘는 177석 확보
- 아베 전 총리의 ‘평생 숙원’
- 자위대 헌법 명기 개헌 추진
- 정당별 온도차 난항 가능성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끄는 여당(자민당과 공명당)이 지난 10일 시행된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일본을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드는 ‘개헌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11일 일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개표 결과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 헌법 개정을 지지하는 4개 정당이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전체 의석의 3분의 2(166석)를 넘는 177석을 확보했다. 이들 정당 외에도 소수당이나 무소속 의원 중 개헌에 찬성하는 이가 있어 개헌 지지 세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선거 전에도 개헌 지지 4개 정당의 의석수는 3분의 2를 넘긴 했으나 이번 선거 후에 지지 세력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피격 사망으로 보수표가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아베 전 총리 필생의 과업이었던 헌법 개정에 힘이 실렸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日, 75년 만에 개헌하나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 개표 진행 중 “가능한 한 빨리 개헌안을 발의해 국민투표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헌법은 1947년 시행 후 지난 75년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이 각각 총의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함으로써 개헌안을 발의하고, 국민투표를 시행해 과반이 찬성해야 성사된다. 이미 중의원은 개헌 세력이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고,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지지 의석수가 3분의 2 이상을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개헌안 발의를 위한 기본 요건이 유지됐다.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을 전범국가에서 보통국가로 만드는 것을 일생일대 과업으로 삼고 개헌을 추진했다. 현행 일본 헌법 9조는 전쟁 포기, 전쟁 목적의 군사력 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을 명시하는 등 평화주의를 규정, 일명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아베가 이러한 헌법을 바꿔 전쟁이 가능한 나라로 만들겠다고 목표를 삼은 것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영향이 컸다. A급 전범이었으나 1957년 총리가 된 기시 노부스케는 자주 헌법 제정, 자주 군비 확립 등을 외치며 집권 당시 개헌을 추진했으나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아베 전 총리도 집권 당시에는 개헌을 실현하지 못했다. 개헌 지지 세력이 의회의 3분의 2를 넘긴 적도 있었지만 국민 여론에 가로막혀 개헌안을 발의조차 못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의 피습 사망 이후 국민 여론이 ‘그의 유지를 받들자’며 우경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헌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 그래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세력 확대, 북한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안보 위협이 커지면서 방위력 강화가 당면 과제로 떠올라 개헌 지지 국민 여론이 강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아베 전 총리 피습 사망까지 더해지면서 ‘개헌 트리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즉시 개헌안 발의 가능할까
자민당은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자위대 헌법 명기, 긴급사태 대응 규정 신설, 통합선거구 해소, 교육 환경 충실화 등 4가지 구상을 담은 개헌을 공약한 바 있다. 이는 고인이 일본 총리와 자민당 총재를 겸직하던 시절 마련된 것이다. 특히 자민당은 군대와 유사한 자위대를 헌법 내 두는 공약이 현행 헌법 9조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 현행 헌법 9조를 유지하되 자위에 필요한 조직을 두는 것이 헌법 9조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명을 포함해 자위대의 존재를 규정하는 ‘헌법 9조의 2’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호헌 세력 반발을 줄일 의도의 절충안인 셈이다.
일각에선 개헌 가능 의석수 확보와 높은 국민 지지 여론에도 즉시 개헌안이 발의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안에 관해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찬성하지만 연립 여당인 공명당과 국민민주당은 다소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