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에 이어 지난 10일 참의원 선거에서도 여당이 승리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는 앞으로 3년간 안정적인 국정 기반이 열리게 된다. 소수 온건파인 기시다 총리가 선거 압승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본격적인 당내 입지 강화작업에 나설지 주목된다.
11일 일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새로 뽑는 참의원 125석 중 여당이 76석(자민당 63석, 연립여당인 공명당 13석)을 확보했다. 아직 임기가 3년 남아 이번에 선거 대상이 아닌 여당 의석 70석(자민당 56석, 공명당 14석)을 합하면 146석을 얻어 참의원 전체 의석의 과반(125석 이상)을 달성했다.
자민당 내 온건파인 ‘고치카이’를 이끄는 기시다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자 주도 세력인 강경파 ‘세이와카이’(아베파)의 지원을 받아 작년 10월 총리로 취임했다. 아베파는 소속 국회의원이 94명으로 4위 파벌인 고치카이(44명)의 2배를 넘는다. 아베파는 주요 각료는 물론 당내 요직도 장악 중이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번 참의원 선거 압승을 발판으로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색을 드러내며 당내 입지를 강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상왕’으로서 막후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온 아베 전 총리가 피격 사망하자 아베파를 이끌 마땅한 후계자가 현재로선 없기 때문이다. 즉 기시다 총리에게는 아베의 부재가 당내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데 유리한 환경일 수 있다. 틈을 타 분배에 무게를 실은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등 자기 정책을 밀고나갈 여지가 커진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 추모 분위기가 길어지면 정치색을 대놓고 드러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11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열린 선거 후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뜻을 이어받아 특히 (아베 전 총리가) 열정을 쏟아온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와 헌법 개정 등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손으로 이루지 못한 난제를 풀어나가겠다. 방위력도 5년 내 근본적으로 강화(현재 GDP의 0.96%에서 2% 이상으로 상향)하겠다”며 당분간은 아베의 유지를 받드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가운데 9월까지 단행될 내각과 당직 개편에서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와 선을 긋고 자기 정치를 할지, 이전처럼 “함께 가자”며 유화책을 계속 쓸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표로 한 아베 전 총리 조문단과 박진 외교부 장관 등 한국의 고위급 인사 방일이 예정된 가운데 아베 부재라는 상황 변화로 기시다 총리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할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