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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리포트] 대통령 피살·지진…혼돈의 아이티, ‘한국형 뉴딜’이 재건 모델 될 수도

아이티 질곡의 역사

  • 이태혁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교수
  •  |   입력 : 2021-12-28 19:45:05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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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佛 배상금 요구에 ‘반쪽 독립’
- 산림파괴로 잦은 자연재해도
- 韓 개발 협력, 선례 만들어야

2021년에도 아이티는 질곡의 역사를 보냈다. 올해 시작과 함께 시작된 반정부 시위, 납치범죄 활개, 급기야는 대통령의 암살사건, 2010년의 ‘데자뷔’인 대규모 자연재해가 지난 8월 발생했다. 아이티의 국내 문제는 비단 올해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아이티의 불안정성은 지속돼 왔다. 이 같은 구조화된 아이티의 질곡은 언제 어디서 시작됐고, ‘탈출’할 해법은 없는가. 제국주의 유산과 아이티 국명에서 그 원인과 혜안을 찾고, 우리나라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본다.

첫째 구조화된 아이티 질곡의 역사 서막은 역설에 단초가 있다. 아이티 역사상 가장 ‘기쁜 날’인 1804년 독립일은 역설적이게도 작금의 아이티를 ‘빚은’ 시작이다. 아이티는 아메리카에서 흑인이 주도한 세계 최초 독립국이었다. 흑인 노예혁명으로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것이다. 그러나 독립 선언 이후 1825년 프랑스는 ‘근대화 배상금’ 명목으로 1억5000만 골드프랑(현재 약 210억 달러)을 청구했다. 1893년 양국 간 협의로 배상금을 최종 9000만 골드프랑으로 확정하며 아이티가 이자까지 포함, 프랑스에 지불한 연도는 배상금이 청구된 지 123년이 지난 1947년이었다. 프랑스는 아이티 탈식민지화를 반쪽만 허용한 셈이다. 아이티가 온전한 독립국으로서 진행할 중요한 시점에 빚의 굴레를 덮어씌움으로써 아이티는 ‘절름발이’ 국가로 역사에 등장했다. ‘지속가능한’ 저개발의 시발점이다.

둘째 아이티 자연재해는 오롯이 인재다. 올해 8월 등 아이티에서는 지난 10년간 자연재해가 지속됐다. 2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2010년 쓰나미발 지진부터 2016년의 허리케인 매튜, 지난 8월 규모 7.2 강진으로 또다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빠뇰라(Hispanola) 섬을 공유하는 이웃 나라 도미니카공화국은 아이티가 겪은 피해를 ‘피해’갔다. 그 답은 나무다. 숲이 울창한 국가가 도미니카공화국인 반면 아이티는 민둥산이다. 아이티에 ‘아이티(Haiti·섬 원주민인 티아노족의 말로 나무가 많다는 뜻)’가 없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아이티는 원래 울창했지만 주민이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하고, 사탕수수 대농장을 위해 개간하면서 현재 산림이 국토 대비 1%도 채 되지 않는다.

결국 아이티 현실의 극복 시발점은 아이티의 ‘이름’을 찾는 것이다. 초기 독립 이후 근대화로 진입하지 못하며 식민·제국주의의 덫에 함몰된 아이티는 기후변화에 더 취약하다. 아이티의 저개발성은 국제사회 구조성에 내재한 착취와 불평등성에서 기인했으므로 국제사회에서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아이티와의 개발 협력을 추진할 여지가 있다. 기존 긴급구호, 기타 협력사업 외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아이티의 중장기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조림산업 노력의 일환으로 1950년대 민둥산에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토 대비 산림 비율이 세계 4위다. 조림산업 기술개발 경험과 거버넌스, 그린뉴딜 정책이 포함된 한국판 뉴딜 정책이 아이티를 위시한 라틴 아메리카의 개발협력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티 자국의 의지가 선행돼야 한다. 낡은 세계·질서에 저항하며 세계 최초로 흑인혁명을 일궈낸 루베르튀르의 후손인 만큼, 그 저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이태혁 부산외국어대 중남미지역원 교수


※이 기획은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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