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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리포트] 정부 부패·정파싸움이 탈레반 성장 자양분…파멸 불렀다

아프가니스탄의 자멸

  • 윤용수 부산외국어대 아랍학과 교수
  •  |   입력 : 2021-08-24 20:10:57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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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제뉴스의 배경과 속사정을 전문가와 현지인이 풀어주는 ‘지구촌 리포트’를 부정기적으로 연재합니다.


- 소련군 철수하자 탈레반 집권
- 과도한 율법적용 자유·인권 유린
- 테러 배후 지목… 美 공격에 축출
- 정부 재건 위한 미군 예산에도
- 관료 실정에 ‘밑빠진 독 물 붓기’

아프가니스탄은 남아시아에 위치한 내륙 국가다. 지리적으로 파키스탄, 중국, 이란 및 러시아의 영향이 지배적인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 때문에 일찍부터 인더스문명, 페르시아문명, 이슬람문명과 유럽문명의 영향에 노출돼 있었고, 종교적으로도 조로아스터교, 힌두교, 불교와 이슬람교가 혼재돼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복잡다단한 곳이다. 기원전 3000년 경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인류가 거주하기 시작했지만, 지배적인 영향력을 갖고 국가를 운영해 본 경험이 거의 없고 늘 외세의 침략에 노출돼 있었다. 페르시아, 헬레니즘 왕국, 이슬람, 몽골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근대 이후에는 영국과 러시아 미국이 뒤엉켜 있는 열강의 영토 전쟁 현장이었다. 세계의 주요 열강은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이용했을 뿐 아프가니스탄의 안정과 발전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 석유와 희토류를 포함, 약 3조 달러에 이르는 천연 지하자원은 서구 열강의 탐욕을 더욱 자극했다.

아프가니스탄의 민족 구성도 주류에 해당하는 파슈툰족뿐만 아니라, 타직, 하자라족 등 다양한 부족이 혼재해 있고 이들 간 분쟁으로 내전 상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혼란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인 탈레반이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했다. 탈레반은 주류 부족 파슈툰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극우 성향의 테러 조직이다.

1979년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고 이에 대항하는 이슬람 조직을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지원했다. 10년에 걸친 구 소련과 이슬람 저항단체들 간 전쟁이 계속되었고, 마침내 1989년 구소련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각 정파 간 정쟁이 벌어져 내전 상태를 방불케 했고, 이 상황을 종식한 것이 무함마드 오마르(Muhammad Omar, 1960~2013)를 중심으로 한 탈레반이었다.

1996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을 건국한 탈레반은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을 앞세우며 정국을 안정시켜 나갔고 한때는 국민의 60%의 지지를 받기도 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인정을 받는 등 정국을 안정시키고 국가 체계를 갖추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과도한 이슬람 율법의 적용과 자유의 억압 및 인권을 유린함으로써 국제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됐다. 언론을 탄압하고 종교의 자유는 물론 개인의 신체의 자유도 억압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인권 탄압이 극에 달해 여성은 교육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했다. 여성에게 온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강요했고,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금지했다. 꾸란과 샤리아를 문자주의(literalism)로 해석함으로써 절도범의 손과 발을 자르거나 공개적인 장소에서 태형을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구 소련의 영향력을 배제한다는 정치적 목적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아프가니스탄의 인권 유린을 외면해왔다. 그러다가 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아프가니스탄이 보호하고 탈레반이 테러의 배후로 지목됨으로써 마침내 미국의 탈레반에 대한 공격이 시작됐다. 미국과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탈레반 정권은 축출되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고 지속적으로 국지적인 테러를 자행하며 부활의 기회를 찾다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함으로써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의 재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주한 20여 년 동안 26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며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안정을 시도하였으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4년 선출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는 등 국가 수반으로서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해내지 못했다. 특히 재선되는 과정에는 부정선거 시비가 일어 상대 후보와 국가 권력을 공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지만, 미국의 원조를 포함한 서방 세계의 천문학적인 지원금은 부패한 관리들의 배 속을 채울 뿐이었고 군대도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다.

   
최근에 카불이 탈레반에게 점령되기 직전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민을 내팽개친 채 엄청난 돈을 챙겨서 아랍에미리트로 피신했다는 보도는 아프가니스탄의 민낯을 보는 듯하다. 권력자의 개인적 탐욕으로 국가가 무너지고, 정부의 무능과 부패로 국민이 비행기의 바퀴에 매달려 허공에 떠 있다.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국가를 파산시키고, 국민을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또 하나의 산 교훈을 우리는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보고 있다.

윤용수 부산외국어대 아랍학과 교수·지중해지역원장

※이 기획은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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