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트다운 잔해조차 처리 못 해
- 원자로 주변 오염수량은 급증
- 원전 제로 정책 뒤집은 日정부
- 2013년 이후 15기 재가동 결정
11일로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8년째가 되지만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상처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동일본대지진은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46분 발생했다. 미야기(宮城)현 오시카(牡鹿)반도 동남쪽 바다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9.0의 지진은 도호쿠 지방을 말 그대로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다. 1900년 이후 세계에서 4번째로 강력한 지진인 동일본대지진은 일본인들에게 ‘헤이세이(平成, 1989년 시작돼 올해 4월 끝나는 일본의 연호)’ 시대 최대의 사건(마이니치신문 조사)으로 꼽힐 정도로 잔인한 경험이었다. 피해가 특히 컸던 것은 지진 해일(쓰나미)과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수소 폭발 때문이었다. 최대 20m 높이의 쓰나미가 주택과 건물을 집어삼켰고 쓰나미에 원전이 잠기며 핵연료가 녹아내리고 수소 폭발이 발생해 방사성 물질이 대거 쏟아졌다.
■ 이재민 5만2000명
경찰청에 따르면 대지진은 1만5897명(지난 1일 기준)의 목숨을 앗아갔다. 8년이나 지났으면 발견됐을 법도 하지만 행방불명자도 2533명이나 된다. 대지진으로 숨진 사람이 2011년 3월에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지진은 멈췄지만 타향을 떠도는 피난 생활 중 건강이 악화돼 세상을 떠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속출했다. 부흥청의 집계에 따르면 대지진 후 피난 생활 중 몸 상태가 악화돼 숨지거나 자살을 한 ‘재난관련사’는 3701명이나 된다.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설 주택 등에서 피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5만1778명인 것으로 집계된다. 그나마 1년 전에 비해 2만1567명 줄어든 것이다. 3만1878명이 정부나 지자체가 마련한 조립식주택·가설주택에 살고 있고, 1만9654명이 친척이나 지인의 집에 얹혀 지내고 있다.
■ 교훈 팽개친 일본
대지진의 ‘잔해’ 중에서는 폐기하려 해도 쉽게 폐기하지 못하고 있는 애물단지도 있다. 바로 당시 수소폭발이 일어났던 후쿠시마 제1원전이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30~40년 후 완료를 목표로 폐로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원전의 잔해는 여전히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있다.
폐로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사고 당시의 멜트다운(meltdown·노심 용융)으로 녹아내린 핵물질의 잔해(데브리·debris)를 끄집어내는 일이다. 이런 데브리가 있는 원자로는 1~3호기 3곳인데, 도쿄전력은 최근에서야 겨우 이 중 1곳(2호기)에 파이프 형태의 기기를 넣어 데브리에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심각한 문제는 폐로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사이 늘어가고 있는 오염수다. 원자로 건물 주변에 있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이 고여 있는데, 외부에서 들어온 물과 섞이며 그 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처럼 폐로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원전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사고 직후 당시의 민주당 정권은 ‘원전 제로’를 표방하며 원전 가동을 중단시켰지만, 아베 정권은 2013년 ‘신규제기준’을 만들어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미 재가동이 결정된 사례는 8개 원전 15기나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