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015년 10월10일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평양의 군사 퍼레이드 대열을 향해 거수경례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억만장자 부동산개발업자의 손자다. 정치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지역유지 가문의 상속자다. 약혼녀와 결혼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10년형을 선고받은 죄수로 전락했다.

되돌릴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 27일 오후. 미국 마이애미에서 친구들과 총각 파티를 즐긴 마르코 무조(29) 씨는 개인전용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로 돌아왔다. 그는 혈중알코올농도 법적 기준치를 3배나 초과한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몰았다. 교차로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던 그는 네빌-레이크 씨 일가족이 타고 있던 차량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개리 네빌(65) 씨와 그의 9살, 5살, 2살짜리 손자 손녀 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함께 타고 있던 아이들의 할머니와 증조할머니도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지난 29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무조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만기 석방 후 12년의 운전면허 정지도 함께.

이날 결심 공판에는 무조 씨의 어머니와 약혼녀 등 가족 20여 명이 법원 방청석에 앉았다. 앞선 공판에서 검찰은 10~12년의 징역형을 구형했고, 변호인은 최대 징역 8년을 주장했다. 이곳 언론사 기자들은 재벌가 청년의 재판 상황을 실시간 트위터를 통해 중계했다. 재판부는 무조 씨에게 "한순간의 선택이 비극을 불렀다"며 호되게 꾸짖었다. 무조 씨는 사고를 낸 이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사죄와 참회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은 그의 최후 진술이 진행되는 동안 듣고 싶지 않다며 자리를 떴다. 그는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내 모든 것을 주고서라도 그 아이들을 가족에게 돌려주고 싶다"며 뼈저린 후회를 했다. 판결이 내려지는 동안 가족은 흐느꼈고, 그는 재판이 끝난 후 수갑을 차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만취 상태였던 무조 씨가 차라리 공항에서 택시를 탔더라면' '가족 중 한 명을 공항으로 부를 수도 있지 않았나' 등 많은 후회와 가정이 제기됐다. 그 모든 가정은 실현 불가능하며, 이미 무너져버린 일가족을 위로할 방법도, 숨진 아이들을 살려낼 길도 없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번 재판을 보면서 끔찍한 재앙 앞에 놓인 한반도의 현실이 떠오른다. 재벌가 청년이 벌인 한순간의 일탈이 끔찍한 비극을 부른 장면은 철권을 휘두르던 권력자의 손자, 김정은이 벌이는 '미사일 위협'과 정확히 겹친다. 비만으로 심각해 보이는 그의 건강만큼이나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것은 온 세상이 아는 일이다. 불행히도 그는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긴장도를 차츰 끌어올리고 있다.

불장난이 현실화할 경우 그 피해는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멀리 북미에서 느끼는 불안과 한반도 안에서 체감하는 긴장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니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도 '북한 미사일 발사' '오바마, 북 도발에 더 이상 보상 안 해' '반기문 총장, 발사 중단 촉구' '중국 이례적 강경 대응' 등을 제목으로 단 보도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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