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부채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세계 어느 지방자치단체보다 높은 수준이다.

온주 정부가 지난달 말 이번 연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연 소득 5만 달러(약 4500만 원) 이하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무료 교육이다. 연 등록금이 평균 600만 원(4년제 인문계 기준)인 대학(전문대 포함)을 주정부가 보조금을 지원으로 사실상 무료로 다닐 수 있게 하겠다는 파격적 예산안이다. 9년 연속 적자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연소득 5만 달러 이상 가구에 대해서까지 주정부의 학비융자를 늘려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물론 전액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개인 부담이 연간 3000달러 수준), 기존에 있는 지원제도를 확대 손질했다. 한국의 주요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반값 등록금' 레퍼토리가 이곳에서는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런 예산안 편성에 대해 주민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한 일간지가 예산안 발표 이후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58%가 '좋은 예산안이 아니다'고 답했고, 23%는 '모르겠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좋다'는 응답자는 19%에 그쳤다. 여론조사 기관 측은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대학 등록금 무료와 저소득 노인에 대한 약값 지원, 한부모 가정에 대한 보조 확대 등 눈길을 끌 만한 정책까지 덮어버렸다"고 해석했다.

온타리오주는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를 도입한다. 캐슬린 윈 주 총리는 예산안을 주의회에 상정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내년부터 휘발유 가격에 리터당 평균 4.3센트(40원)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가정용 천연가스 난방비가 평균 매달 5달러(약4500원)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기후변화 정책이 시행되면 전기요금은 다소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주정부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해 나오는 수입으로 산업용 전기료를 적정한 선에서 유지하는 데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윈 총리는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기후변화에 맞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드는 비용은 탄소배출에 부담을 지울 때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정부 측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90센트(약 820원)까지 내려간 상태이기 때문에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따른 주민들의 추가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시민 반응은 주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가고 있다. 한 언론사의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약 2500명 가운데 2180명(87%)이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유가가 오른다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찬성 의견은 약 270명(10.7%)이었는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의 시행은 재생가능에너지 등 대안을 찾도록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대학 등록금 지원과 사회보장 확대에도 주민들의 반응이 떨떠름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예산안에 부정적인 응답자 대부분이 대학생 이하 자녀가 없는 경우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현지 언론의 분석처럼 기후변화 대응 정책 시행에 따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몇십 원 오르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계산법이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얼마나 높은지 참 가늠하기 힘들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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