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디폴트 가능성 제기
- 적자 심각…유동자산 고갈 위기
'오일머니'로 전 세계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중동지역 산유국들이 유가하락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르면 3년 내 재정이 바닥날 위기에 처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기
국제유가 하락으로 산유국들의 국가신용등급도 함께 추락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현지시간)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무디스로부터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있다는 'Caa3' 등급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로부터는 부도 위험이 높은 'CCC'로평가받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소국가인 앙골라는 투자등급을 상실한 'Ba2'로 조사됐고, 오만은 S&P의 평가에서 국가신용등급이 'BBB+'으로 강등됐다. 러시아도 피치 투자등급의 맨 아래인 'BBB-'를 받았으며, 무디스는 러시아를 투자부적격을 뜻하는 'Ba1'으로 분류했다. 러시아는 유가가 3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루블화 환율 급등과 인플레이션이 이어지면서 경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유가가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산유국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영국 브라질 캐나다의 생산비용이 모두 40달러 이상으로 현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두바이유 등 주요 국제유가보다 높다. 미국과 노르웨이, 앙골라, 콜롬비아의 생산원가도 모두 35~36달러 정도로 유가가 1~2달러만 더 떨어져도 생산비용이 가격을 웃도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그나마 이란(12.6 달러), 아랍에미리트(12.3 달러), 이라크(10.7 달러), 사우디(9.9 달러), 쿠웨이트(8.5 달러) 등은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이들 국가도 저유가 여파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내년 1분기까지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위기는 내년에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동 산유국 모두 적자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동과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산유국들은 올해 모두 재정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의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배럴당 105.6달러인데, 현재 국제유가는 37.5달러(8일 기준)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는 해당 산유국이 재정 적자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는 유가 수준을 뜻한다. 재정수지 균형 유가가 가장 낮은 국가는 중앙아시아의 투르크메니스탄으로 45.5달러다. 현재 국제유가는 이보다도 낮다.
앞으로도 저유가 현상이 이어진다면 향후 3~20년 새 산유국들의 유동자산이 고갈될 전망이다. IMF는 걸프협력회의에 속하지 않는 중동지역 산유국의 경우 3년 내 유동 자산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산유국들은 기존에 비축해뒀던 국부펀드에서 자금을 빼거나 채권 발행에 나섰다. 예산 절감을 위해 보조금 지급이나 무세금 정책 폐기를 고려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