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 11일(현지시간) 이틀 연속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에서 잠깐 만났다.

지난 6월 초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 이후 5개월 만의 만남이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등 양국 간 갈등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에 따르면 두 정상 간 만남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 회원국 정상의 환영 만찬 직전 기념 촬영할 때 이뤄졌다.푸틴 대통령이 몇 분 늦게 들어서자 오바마 대통령이 손을 들어 인사했고 뒤이어 푸틴 대통령이 다가가 인사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면담했다는 것이다. 두 정상은 인사 뒤 얘기를 시작했고 대화는 7, 8분간 이어졌다. 이들은 짧은 '스탠딩 면담'을 마친 뒤 사진 촬영을 위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미 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그냥 짧은 만남이었을 뿐이고 현안을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고, 푸틴 대통령 공보수석도 "두 정상은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 서로 인사하고 몇 마디를 나눴다"고 잘라 말했다.

11일에도 두 정상은 전날에 이어 잠깐 만났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은 본회의 시작에 앞서 잠깐 대화를 나눴으며 푸틴은 친근감의 표시로 오바마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이후 푸틴과 오바마는 각각 의장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왼편과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다. 두 정상은 오전 회의가 끝난 후에도 회의장에 그대로 남아 짧은 대화를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 시진핑 국가주석, 아베 총리 등과 별도의 양자회담을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과는 회담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도 방중 첫날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등과 만났고 12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푸틴 대통령과의 공식 회동 일정은 없다.

이라크·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대처, 이란 핵 협상 등 양국 간 협의가 절실한 국제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우크라 사태로 말미암은 심각한 갈등으로 두 정상이 만나더라도 별다른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양측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