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맥주의 각축장인 홍콩에서 한국 주류업체가 생산해 수출하는 맥주가 수년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은 인구가 적은 탓에 맥주 시장 규모 자체는 한국보다 작다. 그러나 200여개의 전 세계 맥주 브랜드가 들어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홍콩 맥주 시장에서 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블루걸'(Blue Girl)이 한국의 오비맥주가 생산해 수출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은 홍콩 현지인들은 물론, 홍콩에 사는 한국인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오비맥주는 지난 1988년부터 홍콩 수입유통업체인 젭센그룹와 협력관계를 맺고 블루걸을 생산, 수출하기 시작해 올해로 수출 25년째를 맞았다.

블루걸은 19세기 독일 브레멘에서 출발한 맥주로 1906년 젭센그룹이 인수해 홍콩 등 중화권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젭센그룹은 인수 이후 계속 독일에서 블루걸을 생산해 홍콩 지역에 판매했지만 높은 물류비용 등으로 고민하던 중 오비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를 소개받았다. 이후1988년부터 오비맥주와 협력관계를 맺고 오비맥주가 제조한 블루걸을 홍콩에 판매하고 있다.

블루걸은 오비맥주가 수출을 시작할 당시 점유율 1∼2%의 이름없는 브랜드였다.

그러나 공격적인 마케팅 등에 힘입어 2007년 처음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이후 계속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오비맥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블루걸의 시장 점유율은 수량 기준 22.4%로2위인 브라질 맥주 스콜(10.4%)의 두 배 이상이다. 또 금액을 기준으로 할 때는 33.

8%의 점유율로 덴마크 칼스버그(8.9%)나 필리핀 산미겔(8.7%·홍콩 생산) 등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젭센그룹 음료부문의 마이클 글로버 사장은 지난 4일 홍콩 하버그랜드 호텔에서열린 블루걸 수출 25주년 기념식에서 "블루걸의 좋은 품질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라면서 "독일에서 생산할 때와 같은 질(質)을 고수하고 있지만, 독일보다 한국이 거리가 가까운 만큼 신선함에 있어서는 오비맥주에서 생산한 블루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홍콩에 수출하는 알코올 도수 5% 블루걸 외에 중국인들의 기호에 맞춰 도수를 낮춘 블루걸을 생산해 역시 젭센그룹을 통해 중국 본토에도 수출하고 있다.

박철수 오비맥주 해외사업본부 전무는 "첫해 블루걸 47만 상자를 수출했던 것에서 올해는 450만 상자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홍콩뿐 아니라 중화권과 아시아 지역에서 블루걸이 1위 맥주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