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재산 형성 과정이 불분명한 고위 공직자들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올랑드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각의 후 TV 회견을 통해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재산 검증 계획을 발표했다.

수주일 내에 각료와 의원들의 재산을 공개하고 검증하는 법안을 제정해 올여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탈세나 부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공직 진출을 아예 배제하겠다는 내용은 고강도 사정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랑드 대통령이 이처럼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을 겨냥하고 나선 것은 제롬 카위작 전 예산장관에 대한 '커다란 실망감'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올랑드 집권 후 세금을 비롯한 정부 재정을 관장하는 예산장관으로 임명된 카위작은 작년 말 탈세와 돈세탁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금까지 거짓말로 일관해오며 올랑드 대통령을 비롯한 사회당 각료들로부터 사실상 '비호'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이 "(카위작 전 장관이) 국가 원수와 정부 수반, 국가 최고기관들은 물론이고 프랑스 전 국민을 속였다"며 "이는 프랑스에 대한 모독"이라고 개탄했을 정도다.

올랑드 대통령을 보좌하는 엘리제궁 참모들 사이에서는 카위작이 대통령의 바로앞에서까지 거짓말을 했다며 분개하는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

올랑드가 이끄는 사회당 정부는 카위작 전 장관이 전날 검찰에서 스위스 비밀계좌 보유 사실을 시인하고 정식 기소되자 큰 혼란에 빠졌다.

3일 오전 대통령궁이 "카위작이 용서할 수 없는 도덕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강력 비난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장마르크 애로 총리가 "워낙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기 때문에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고 직접 해명하고 나선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당장 야권을 비롯한 비판 세력들은 올랑드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들에게 카위작의 해외 비밀계좌 개설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 밝히라며 압박하고 나섰다.

보수야당 대중운동연합(UMP)의 장프랑수아 코페 대표는 "올랑드가 모범적인 공화국을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공격했다.

카위작 장관에 대한 기소 결정으로 올랑드 정부가 명운을 결고 추진하는 '부유세'도 동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에 이어 최고 행정재판소까지 위헌 결정을 내리자 올랑드 정부가 과세 대상을 바꿔 개인에서 기업을 상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옥죈다는 비판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재산 검증은 보수 야당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위기에 빠진 사회당 정부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줄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