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재래식 무기거래를 통제하기 위한 '무거거래금지조약'을 둘러싸고 미·중·일·러 4강(强)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국가들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주요 무기수출국에 해당하는 4강은 대표적 재래식 무기들만 통제권 아래에 두자는 입장이다. 반면 나머지 국가들은 무기거래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소형무기와 탄약, 부품, 심지어 기술까지도 규제하자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26일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엔 150개 회원국은 피터 울코트 유엔주재 호주대사를 의장으로 지난주부터 무기거래금지조약을 확정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시한은 오는 28일(현지시간)이다. 회원국들이 조약의 초안을 놓고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당초 유엔은 지난해 7월 조약체결 논의를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당시 미국 등의 반대로 연기된 바 있다.

문제는 조약의 초안에 담긴 통제범위와 대상 등을 놓고 회원국들의 입장이 첨예하기 갈린 것이다.

초안은 탱크와 장갑차, 대포, 전투기, 공격용 헬기, 전함, 미사일 등 이른바 7대 재래식 무기를 통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국가들을 비롯한 103개 회원국은 미·중·일·러 4강의 압력이 작용한 허점투성이 초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7대 재래식 무기 이외에 소형무기와 탄약, 부품을 통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이들 회원국의 주장이다.

특히 이들 회원국은 26일 공동성명을 내고 "회원국들 다수의 기대가 반영된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본격적인 여론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 회원국은 또 국제인권법이나 인도주의법을 위반할 '본질적 위험'(substantial risk)이 큰 국가에 대해 무기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조약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초안에는 '본질적 위험'이라는 표현 대신 '우선적 위험'(overriding risk)이라는 다소 완곡한 표현이 담겨 있다.

장외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무기거래 통제를 위한 국제네트워크 조직인 '콘트롤 암스(Control Arms)'는 "이번 초안은 주요 무기수출국의 입장에 따라 철저히 왜곡된 '물타기' 조약"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주요 무기수출국은 이들 회원국의 성명에 서명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 조약 체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있으나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있는 형국이다. 미국 정치권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총기협회(NRA)와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총기소유권을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강경 보수파 의원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 조약에 가입할 경우 상원 비준을 통해 저지하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번 조약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 하에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들이 28일까지 초안을 합의 타결할 경우 곧바로 회람을 들려 공식 서명절차에 착수하게 되지만 현재로서는 타결 여부가 불투명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7대 재래식 무기에 더해 소형무기 정도를 통제하는 선에서 4강과 나머지 국가들이 접점을 마련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에 회원국 간 합의가 불발될 경우 추후 논의 여부조차 불확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막판 협상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거래금조약이 체결되면 모든 서명국은 무기류 생산기업과 맺는 협정에서 조약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