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출마 가능성 낮아..부인 "남편, 더이상 정치 안할 것"
매서운 바람이었지만 백악관의 빗장을 여는 데는 끝내 실패했다.
미국 대선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다툼을 벌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석패한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누구보다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1947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재벌가에서 태어난 그는 유타주에 있는 브리검영대를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세계적인 투자 컨설팅회사 베인캐피탈의 최고경영자(CEO)를 거쳤다.
2002년 적자 위기에 몰린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경영 수완을 발휘하며 올림픽을 흑자로 이끈 뒤 매사추세츠 주지사에 당선되면서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아메리칸모터스 회장과 미시간 주지사를 역임했던 부친 조지 W. 롬니 역시 1968년 공화당 후보 경선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백악관을 향한 대(代)를 이은 도전이었지만 아들 대에서도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롬니는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모르몬교 선교사로 활동했을 정도로 독실한 모르몬교 신자다.
개신교가 절대다수인 미국 사회에서 소수종교인 모르몬교는 `정치인' 롬니에게는 약점이었다.
그는 2008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가 아이오와주에서 정통 기독교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은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에게 밀리면서 중도 사퇴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추진했던 각종 개혁정책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호감을 샀지만 공화당 내부의 강경 보수파로부터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특히 주지사 때 추진한 오바마식 건강보험 개혁 방안은 보수주의 진영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비난을 받았다.
안팎의 어려움에도 막대한 자금력과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 데 성공한 그는 전당대회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오바마 대통령과 치열한 지지율 경쟁을 벌였다.
경기회복 둔화와 이란 핵개발 의혹에 따른 외교정책 비판론, 고실업률, 리비아 벵가지 영사관 피습 사건 등 오바마 대통령의 악재가 많았지만 롬니의 길도 순탄치는 않았다.
지난 9월 한 잡지에 `저소득층 무시' 발언 동영상이 공개됐는가 하면 캠프 내부의 불화설도 제기됐다. 영국과 이스라엘 방문기간에는 잇단 실언과 선거자금 기부자의 동행 등이 이슈화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빠지기도 했다.
그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준 베인캐피털 CEO 경력도 `양날의 칼'이었다.
기업인으로서 성공 신화는 경제를 살릴 적임자라는 평가를 안겨줬지만 베인캐피털의 구조조정 사례가 공개되면서 "일자리를 잡아먹는 경제 흡혈귀"라는 공격의 빌미도 됐다.
그런 롬니에게 지난달 3일 열린 1차 방송토론은 오바마에게 `한방'을 먹인 사건이었다.
대다수의 예상과 달리 진솔한 모습으로 토론을 승리로 이끌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을 앞질렀다. 2∼3차 토론회에서는 오바마가 선전했으나 1차 승리의 바람이 잦아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하늘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에 동북부 일대가 초토화되자 오바마는 유세를 중단한 채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초당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고 민심은 그런 오바마를 향해 다시 기울기 시작했다.
주요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대부분 오바마의 우세를 점치는 가운데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주요 경합지를 누볐지만 꺾인 대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패장' 롬니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주변에서는 그가 여전히 기업운영에 관여하고 있고 공화당 내의 지분도 있기 때문에 정치나 경제영역에서나름의 역할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대선기간 친(親)기업 정책을 역설한 만큼 기업을 대변하는 거물로 나서거나 직접 경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2008년 공화당 경선에서 일찌감치 패배한 이후 4년간 칼을 갈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다음 대선을 위해 절치부심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때가되면 그의 나이가 70세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부인 앤 롬니 여사는 지난달 ABC방송에 출연해 "남편이 이번 대선에서 패하면 더이상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다시 출마하지 않을 것이고, 나도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나더라도 보수진영의 결집을 촉구하는 공화당 정치인의 면모는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