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총선 부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러시아 최고 실력자 블라디미르 푸틴의 최대 경쟁자로 30대 블로거가 급부상하고 있다. 12년에 걸친 푸틴의 통치기간 중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진 지난 10일(현지시간) 군중이 열렬한 지지를 보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인물은 올해 35세의 반부패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사진).
지난 4일 러시아 총선에서의 부정을 비난하는 시위 도중 체포돼 수감되는 바람에 최근 시위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러시아 젊은이들의 반푸틴 정서에 불을 붙이는 등 푸틴과 선명한 대결구도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정당도 없는 평범한 인물에 불과하지만 컴퓨터 키보드로 부패한 관료주의의 모순을 고발하면서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높은 정치 블로거로 떠오른 것이다.
인터넷에 익숙한 러시아 신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푸틴을 위협하는 잠재적인 정치인임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다. 실제 나발니는 지난 5월 정치적 야망을 묻는 로이터통신의 질문에 "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만 러시아에서는 (진정한) 선거가 없다"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나발니는 푸틴을 겨냥해 '아랍의 봄'과 같은 혁명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며 노골적인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는 등 줄곧 반푸틴 행보를 이어왔다. 특히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지난 4일에는 시위군중들에게 전달한 옥중 성명을 통해 "수십만, 수백만명의 군중을 폭행하거나 체포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소떼나 노예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우리 나름대로의 목소리를 갖고 있고 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며 적극적인 저항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나발니의 메시지는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navalny.livejoural.com)에도 게재돼 네티즌들에게 강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특히 KGB 출신의 노회한 정치인인 푸틴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두둑한 배짱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어리석다는 비판도 받지만 푸틴에 도전장을 내미는 데 따른 위험을 한마디로 일축할 만큼 강골을 과시하고 있다. 나발니는 "나와 여러분의 차이가 있다면 여러분은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라면서 "위험을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두려워할 이유가 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에서 수학한 변호사인 그는 러시아 대기업의 투명성 확대를 위해 주요 기업들의 주식을 매수하는 등 서방 진보인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훨씬 복잡한 성격과 정치적 성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골적인 국수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진보성향의 야당으로부터 출당당한 전력도 있으며, 공공연히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 지역 출신의 이민자들을 규제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