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부정선거 논란과 관련해 조사를 지시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선거 비판과 총선 재실시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해 여론의 분노를 샀다.
■메드베데프 "선거부정 조사 지시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부정행위와 관련한 보도와 소문에 대해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또 선거법 준수 여부와 관련해 투표소에서 나온 모든 정보를 확인하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러나 "(부정선거와 관련한) 군중집회의 구호와 발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난 4일 총선결과를 무효화하고 선거를 새로 치르자는 시위대의 요구를 거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시위대의 관점을 존중한다"면서 "우리는 국민의 말을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들을 것"이라고 회유했다.
■여론 "엉터리 수작" 비난 잇따라
두 지도자의 회유책에도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자 1시간 만에 그를 비판하는 22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대부분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우리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 등 격앙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러시아의 봄' 오나…사회적 변화 감지
주말이었던 10일 수도 모스크바에서는 5만 명이 넘는 시민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푸틴 총리의 고향이자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7000명이 거리에 나왔고 시베리아, 우랄, 극동 지역 등 러시아 전역의 도시 60여 곳에서 적게는 수백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이 모여 규탄시위를 벌였다.
이는 2000년에 푸틴 총리가 권력을 잡은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대는 오는 24일에도 집권당 통합 러시아당의 선거부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규탄시위를 또 한 차례 벌일 예정이다. 이날 러시아 관영 방송사는 이례적으로 부정선거 시위 상황을 보도했다. 그동안 현지 방송사들은 통합 러시아당의 선거부정과 관련된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아 비판을 받아왔다. 모스크바 AP·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