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구제금융법안 부결 영향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국내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자금경색과 실적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출기업들은 키코 가입에 따른 환차손과 대미수출 주문 감소, 외화자금조달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대한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고환율 직격탄 항공·정유

30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업계는 고환율 직격탄을 피하기 위한 대책으로 곧바로 노선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비수익 노선을 축소하고 신규 수요가 예상되는 노선을 신설함으로써 손실을 최대한 줄여보기 위해서다. 올해들어 두 차례에 걸쳐 노선조정을 단행한 대한항공은 10월말 12개 노선을 감편하고 3개 노선은 쉬는 등 노선 재조정에 들어간다.

정유업계에서는 수출 비중을 확대해 원유 수입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려고 애쓰고 있다. SK에너지는 수출 비중을 55% 이상 유지하면서 수출국을 다변화하는 전략을 세워놓았다. 회사 관계자는 "원유 대금은 3개월 후 달러 베이스로 지급하게 되며 수입과 생산 물량을 조절하며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 역시 금융경색에 따른 세계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향후 대책을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소비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업계도 대응책 부심

부산의 기업들도 고환율로 인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수출 다각화와 공정개선 등을 고려하고 있다. 철강제조업체 A사 관계자는 "철강을 가공할 때 필요한 일부 부품과 망간 등 기초 원자재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인한 부담이 늘고 있다. 이를 만회하도록 다소 취약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발부품업체 B사에서도 원부자재 중 수입하고 있는 품목을 국산으로 대체하기 위해 대체재 개발 연구 및 국내 거래선 발굴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노성호 동향분석실장은 "환율 폭등으로 키코 등 환헤지 거래를 하는 중소 수출업체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 피해 업체에 대한 구제책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