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 피랍된 마부노 1, 2호에 타고 있던 부산 선원 4명의 석방을 위한 석방금이 지난달 초 해적들에게 전달됐지만 해적들이 추가 석방금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적들은 납치한 부산 선원들에게 가혹행위를 한 뒤 가족들에게 '돈을 구해오라'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걸게 하는 등 비인도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선주는 사실상 파산 상태로 추가 석방금을 더 구하지 못하고 있어 이제는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처럼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지에서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부산 선원들의 피랍은 16일로 125일째를 맞고 있다.
이번 사태에 정통한 소말리아 현지 소식통은 16일 본지 기자와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지난 8월 초 해적들과 협상이 완료돼 선주 측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석방금을 건넸지만 비슷한 시기에 피랍됐던 덴마크 선박의 선원들이 석방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졌다"면서 "덴마크 선박의 석방 합의금이 우리가 마부노호 부산 인질의 석방금으로 해적들에게 건넨 돈의 배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적들은 칡의 일종인 식물줄기 '거트(gut)'로 선장과 기관장 등 4명의 부산 선원들을 돌아가면서 때리고 있다"면서 "그런 뒤 가족들에게 전화해 석방금을 구해오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선주나 가족들 모두 분노하고 있지만 두려워서 공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선주가 가진 것을 다 팔아도 마련할 수 없는 금액을 해적들이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는 '테러단체와 협상은 없다'며 아프간 인질 사태와는 달리 거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선주는 올 초 사업이 부진해 부산 사업체를 정리하고 마부노호의 선적국인 탄자니아로 옮겨가 협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풀려난 덴마크 선적 화물선 데니카 화이트호(Danica White)는 해적들이 당초 150만 달러(14억 원)를 요구했지만 76만 달러(7억5000만 원)선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선주 없이 소말리아계 덴마크인이 주도했으며 선박에 고가의 건설장비가 적재돼 이 같은 수준에서 석방금이 결정됐다.
또다른 소식통은 "해적들의 숫자는 소수로 알고 있다"면서 "현지에서는 현금으로 선원 석방이 힘들다면 아프간 인질 사건처럼 정부가 의지를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사 2명 등 소수 정부 관계자가 다녀갔지만 이들이 구출 협상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미지수"라면서 "정부 지원단 숫자도 아프간은 물론 지난 동원호 사건 때보다도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호는 한국 선원 8명 등 25명의 선원이 2006년 4월 소말리아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조업하던 중 괴선박에 피랍돼 117일 만에 풀려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협상이 지연되자 외교부는 한국에서 현지 협상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를 왜 빨리 해결하지 못하느냐"며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선원들의 억류가 4개월을 넘기면서 정치권에서도 사태를 안일하게 바라본 정부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정원 측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 비공개회의에서 "2~3일 내로 선원들이 석방될 것"이라고 보고했고, 해양부도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전망은 가까운 시일에 풀려날 것으로 본다"고 답했지만 결과적으로 근거없는 낙관론에 불과했다.
국회 정보위 소속 한 의원은 "지난 6일 전체회의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직접 날아가 아프간 협상을 지휘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 노출된 것이 마부노호 사태 해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면서 "김 원장이 '국민이 위협에 처했다면 사지를 마다 않고 구하러 가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는 소말리아 피랍 선원들에 대해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 정치권에서는 선원 석방이 추석을 넘길 경우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대정부 협상을 촉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선원가족들은 "피랍 선원들이 연락을 해오는지 등에 대해 말해줄 것이 없다"면서 확인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