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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터널서 9일 만에 구조된 산제이 사 씨 "혼자가 아니라 되뇌이며 버텨"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서 기계반장으로 일해

터널 구조 훤히 알았지만 홍수 이후 완전히 달라져

바위서 스며나온 물 마시고 가족 생각하며 구조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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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터널서 9일 만에 구조된 산제이 사(맨 왼쪽)씨와 가족들. 로이터 연합뉴스
“눈으로 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대부분 시간 동안 눈을 감고 있었어요. 실수로 미끄러지거나 무언가에 부딪혀 눈을 다칠까 봐 두려웠습니다.”

지난달 26일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가 덮쳤을 때 네팔인 산제이 사(30)씨는 산비탈 깊숙한 곳 수력발전소 터널 내 통제실에 갇혔다. 깜깜한 터널 내부는 진흙과 잔해로 완전히 파묻혀버렸다.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의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에서 3년 넘게 기계 반장으로 일한 그는 터널 내부 구조를 훤히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탈출할 수는 없었다.

사씨는 “홍수가 나기 전에는 터널 구석구석을 모두 알고 있어 어려움 없이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도 “홍수 이후에는 (터널 내부) 구조 전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비는 휩쓸려 갔고, 벽은 무너져 내렸다”며 “잔해들로 언덕과 구덩이가 생겨 터널 내부를 잘 안다는 사실이 더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구조대가 올 거라고 확신했다. 며칠이 지나도 그 확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터널 안에서 이곳저곳으로 움직였지만, 오히려 더 위험한 곳에 갇힐 수도 있다고 판단한 뒤부터는 한 자리에 계속 머물렀다. 터널 안에서는 먹을 게 없어 흙탕물이나 바위에서 스며 나온 물을 마시며 버텼다고 했다.

사씨는 “스스로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계속 되뇌면서 밖에서 가족이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딸(2)과 아내(26)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을 생각하면 힘이 생겼다”며 “계속 신의 이름을 외우며 기도했다”고 울먹였다.

지난 4일 구조될 당시 산제이 사(가운데)씨. 로이터 연합뉴스. 네팔군 제공
마침내 그는 터널에 갇힌 지 9일 만인 지난 4일 네팔 구조대가 그를 밖으로 나오게 했다. 구조되기 10시간 전쯤부터 굴착기 소리가 들렸고, 흙탕물을 마시면서 가족 생각을 하며 버틴 희망은 현실이 됐다.

사씨는 “(터널 안에서는)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렸다”며 “고작 이틀이나 사흘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구조된 이후) 실제로는 열흘 (가까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같은 날 기계 감독관 카비르 마하르잔씨와 함께 구조된 사씨는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사씨는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고, 이후 구조대원 등에 업힌 채 헬기로 이송되면서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그는 구조된 직후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려다가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그렇게 큰 사고가 났을 때 나 혼자 도망치는 것은 옳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은 살아남았지만, 터널 밖으로 대피한 동료 직원들 가운데 일부는 홍수에 휩쓸려 갔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육군 병원에서 퇴원한 사씨는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그게 가장 슬프다”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이날 현재까지 네팔과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 모두 합쳐 1400명 넘게 사망하고 5600명 넘게 실종됐다. 이번 대홍수는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에 있는 랑탕리룽산(해발 7234m)의 고도 5200m 지점에서 폭 600m에 달하는 빙하가 암석과 함께 무너지는 과정에서 토석류를 형성하면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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