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속배상·생활자립 등 지원책 절실
- 지역별 상담·협력체계 구축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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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5일 메아리 창립총회에서 발언 중인 하금철 사무국장. 본인 제공 |
“집단수용시설 피해는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국가 사회복지정책의 모순에서 비롯됐습니다. 근본 해결은 시설별 배·보상에 그치지 않고 시설보호 중심의 사회복지정책을 극복하는 데서 가능할 것입니다.”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 지원·회복모임 사단법인 메아리’의 하금철(42) 사무국장은 국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단체 창립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 메아리는 지난 5일 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한종선 형제복지원피해생존자·실종자·유가족모임 대표, 남찬섭 동아대 교수가 이사로 참여한 가운데 닻을 올렸다. 하 사무국장은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관으로 형제복지원과 성인 부랑인 수용시설, 해외입양 사건 조사에 참여했다.
메아리의 출발점은 2022년 말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 지원 활동이었다. 당시 2기 진화위의 진실규명 신청 접수 마감을 앞두고 활동가와 연구자들은 형제복지원이나 선감학원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집단수용시설 피해자가 많을 것으로 봤다. 이들이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의 집단 진정과 직권조사 요구를 도운 결과 진화위 직권조사 결정과 국가배상소송 승소까지 이어졌다.
하 사무국장은 이 과정에서 특정 시설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자를 품을 ‘큰 우산’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영화숙·재생원 국가배상소송을 맡은 부산민변 변호사들도 수임료 일부를 개인의 수익으로 남기기보다 집단수용시설 문제 해결에 공적으로 쓰자는 뜻을 모았다. 지난해 말 시작된 논의는 올해 집중적인 준비 모임을 거쳐 사단법인 창립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는 기존 피해자단체나 법률지원단과 메아리의 역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피해생존자들은 시설별로 모여 있고 법률가들의 지원도 해당 시설 피해의 배·보상을 이끌어내는 데 주로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 사무국장은 “집단수용시설 피해를 낳은 국가 복지정책의 구조까지 살피고 시설보호 중심 정책을 어떻게 극복할지 총체적으로 고민하는 시민사회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아리의 지원 대상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2기 진화위가 조사한 시설은 주로 권위주의 통치 시기 경찰 단속으로 수용자를 ‘수집’했던 부랑아시설과 여기서 파생된 아동보육시설이다. 상당수는 1990년대 민주화를 거치며 장애인시설이나 정신요양원 등으로 모습을 바꿨다. 그는 “경찰력을 동원한 강제 단속은 사라졌지만 ‘돌봄’과 ‘복지’라는 이름 아래 구조적 인권침해가 더욱 교묘하게 양산되고 있다”며 “이런 시설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출범 첫해 최우선 사업은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 지원특별법’ 제정 운동이다. 현재 피해자는 진화위의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도 국가로부터 곧바로 배상받지 못하고 별도의 국가배상소송을 벌여야 한다. 장기간 조사와 소송을 기다리다 고령으로 숨지는 피해자가 있는 데다 배상금을 받더라도 장애 등으로 금전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있다는 게 하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별도 소송 없이 진화위 결정 뒤 바로 배상받도록 하고, 배상 이외에도 의료·생활·자립과 재산관리 등 온전한 삶의 회복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기 진화위에 새로 진정을 내려는 피해자와 자신의 피해를 말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일상 상담·조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현재 상근자는 하 사무국장 한 명이다. 부산을 비롯한 지역별 상담·협력 체계 구축은 과제로 남았으며, 단체 활동이 안정되면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
하 사무국장은 진화위 조사 경험을 통해 과거사 진실규명 제도의 한계도 절감했다고 했다. 집단수용시설과 해외입양 사건을 조사해 방대한 보고서를 냈지만, 과거와 같은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방향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가 국가배상소송을 진행하는 법원에 제출할 증거자료 정도로 취급되는 경향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과거사 조사의 본질은 인권침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가와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데 있다”며 “관료기구인 진화위가 이런 문제를 적극적으로 사유하도록 이끌 시민사회가 빈약했다. 그 빈 공간을 메아리가 채우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