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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방가르드 영업정지 안내문.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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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2019년 8월 6일 자 지면에 실린 방호정 작가의 ‘부산 힙스터-대학가 청년문화 옭아매는 규제’ 칼럼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방 작가는 당시 부경대 맞은편에서 운영 중이던 일렉트로니카 클럽 ‘15피트언더’가 식품위생법 위반을 이유로 한 달간 영업정지 처분 받은 것을 거론했습니다.
‘15피트언더’가 어마어마한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반음식점에서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를 위반했을 뿐입니다. 살짝 덧붙이자면, 인디 밴드의 공연을 감상하던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춤을 춘 것이 전부였습니다.
방 작가는 굉장히 비분강개했습니다. 도대체 부산의 청년 음악인들은 어디서 연주하고, 청년들은 어디서 음악을 즐겨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부산 청년들을 위한 세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일이 7년 만에 또다시 발생했습니다. 이번에는 남구 대연동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입니다. 관객에게 춤을 허용했다는 이유로 두 달간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 될까요. ‘오방가르드’를 포함해 라이브 클럽 대부분은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됩니다. 문제는 현행 식품위생법 시행령상 일반음식점 영업자가 음향시설을 갖추고 손님에게 춤을 허용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습니다. 즉, 공연은 가능하지만, 춤을 춰서는 안 되는 구조입니다.
춤을 출 수 있는 유흥주점은 일반음식점보다 허가·안전 기준이 까다롭고 개별소비세 등의 부담도 큽니다. 공연장으로 운영하려면 음식이나 주류를 팔 수 없어 임대료와 공연비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라이브 클럽 운영자도, 음악을 연주하는 인디 밴드도, 음악을 즐기는 젊은 관객도 모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일반음식점에선 춤을 출 수 없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한번 따져보고 싶습니다. 라이브 클럽이 춤을 추면 안 될 정도로 퇴폐적이고 위험할까요. 라이브 클럽을 한 번이라도 경험하면 알 수 있습니다. 라이브 클럽에는 고가의 술이 없습니다. ‘클럽’이란 단어가 연상시키는 불법 퇴폐적인 행위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대신 밴드는 무대에서 에너지를 폭발시키고, 청년들은 음악에 따라 몸을 움직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그동안 부산의 라이브 클럽은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세이수미 같은 부산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가 라이브 클럽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학 동아리 밴드도 라이브 클럽에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라이브 클럽은 밴드의 집과 같은 공간입니다. 예전 비틀즈가 영국 리버풀, 독일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전설을 시작했다는 것만 봐도 이해가 가능합니다.
‘오방가르드’ 소식은 금세 퍼졌습니다. 다행히 사회는 응답했습니다. 먼저 정치권이 반응했습니다. 진보당 부산시당은 논평을 내고 “소규모 라이브 클럽에 맞는 별도의 법적 지위와 등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부산시와 남구에도 “기계적인 행정처분이 아니라 현장과 소통해 지역 문화공간이 자생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상생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 의원은 ‘오방가르드’ 운영진과 면담해 라이브 클럽 운영상의 난맥상을 점검했습니다. 박 의원은 일반음식점에 춤을 허용하는 조례부터 서둘러 제정해 숨통을 틔우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 의원은 “서울 홍익대 앞 인디밴드들이 실력을 키워 우리 음악계를 이끈 것처럼, 부산에서도 젊은 청년들에게 그 같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까지 가세했습니다. 최 장관은 31일 엑스에 “부산의 라이브 클럽 ‘오방가르드’가 관객들이 춤을 추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인디 음악에 반응하는 춤은 죄가 아니다”며 “그런데 라이브 음악이 허용되어도 춤을 추는 행위가 아직도 금지인 곳이 있다니 참 부끄럽다”고 썼습니다. 이어 “‘오방가르드’는 부산 인디 음악계의 상징과 같은 곳”이라며 “꿋꿋이, 그리고 묵묵히 인디 생태계를 지켜온 공연장들이 이렇게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 우리 청년 음악인들의 샘솟는 창작 열기가 관객들의 뜨거운 환호성과 몸짓으로 폭발할 수 있도록 풀뿌리 인디 환경부터 서둘러 챙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7년 전 ‘15피트언더’가 쏘아 올린 공은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15피트언더’는 문을 닫았습니다. ‘오방가르드’는 달라야 합니다. 중간에서 멈추지 말고 우리 사회가 힘을 보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부산 인디 밴드의 집이 허물어지지 않고 더욱 커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