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부산시장 선거 때 ‘피습 자작극’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이한(38) 씨가 자작극과 같은 터무니없는 계획을 꾸린 발단으로 부친인 정근 온병원그룹 회장과의 갈등이 지목된다. ‘선거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 지원을 그만두겠다’는 부친 요구에 당황, 선거를 완주할 만한 방책으로 자작극을 구상했다는 취지다.
26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 씨는 자작극을 벌인 지난 4월 27일로부터 며칠 전 부친 정 회장과 선거 전략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취지로 수사기관에 설명했다. 정 회장이 아들의 선거 전략을 문제 삼으며 선거 지원 중단을 언급했다는 게 골자다. 당시 정 씨 선거 캠프에는 정 회장의 온병원그룹 출신 인사 여럿이 투입돼 그를 돕고 있었다.
정 회장은 아들에게 ‘돈 한 푼도 들이지 않는 선거를 해라’ ‘클린 선거를 해라. 네거티브를 하지 마라’는 식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의 광역단체장 후보를 콕 집어 해당 인물처럼 선거를 치르라고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나아가 전재수 당시 부산시장 후보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을 모두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선거를 지원하는 입장에서 아들의 낮은 당선 가능성, 부정적 선거 전략 등에 불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선거 당시 정 씨는 청년 보수 후보를 표방하며 전 후보를 맹공했다. 통일교 뇌물수수 의혹을 두고 특검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이와 관련해 보좌진이 하드디스크를 폐기한 사실을 두고 ‘부산판 강선우 사건’이라며 질타했다. 전 후보가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자 무고로 맞고소를 하기도 했다.
정 씨는 부친에게서 ‘선거 지원 중단’ 통보를 받은 직후 자작극 공범 A 씨를 찾아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애초 정 씨는 자신의 낮은 인지도를 고민하며 ‘내가 화분에라도 맞으면 좋겠다’와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다.
결국 지원이 유지되도록 아버지를 설득할 방법으로 자작극을 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자작극 뒤 정 씨는 지난 5월 26일 열린 부산시장 토론회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꺼내 전 당시 후보에게 금품수수 의혹 등을 검사 받을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 등 네거티브 전략을 유지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대략 그와 같은 취지로 말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