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은 기준 없는 틈 타 ‘바가지’
- 심근경색 치료 5400만 원 넘어
병원이 미등록 이주민 등을 상대로 과도한 ‘국제 수가’를 매긴 진료비를 청구해 생명권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현 실태를 알면서도 국제 수가라는 명칭이 법정 용어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병원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는 국제 수가는 법에 근거한 수가가 아니라고 25일 밝혔다. 복지부 입장과 달리 일선 병원은 국제 수가가 존재한다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 국제 수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21일 인신매매를 당할 뻔한 인도네시아 선원 A 씨(국제신문 지난 7일 자 3면 보도 등)가 부산의 한 모텔 8층에서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하며 발목을 다치면서다. A 씨는 인근 병원을 찾았다가 병원의 행정 착오로 국제 수가가 책정돼 논란이 일었다.
복지부가 병원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법령에 국제 수가라는 명칭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식 이름은 없어도 의료해외진출법에 따라 병원은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입국해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에게 자율적으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이른바 국제 수가가 적용되면 진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외국인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본인부담금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몫을 모두 부담한다. 이때 국제 수가에 따라 정산하면 진료비는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열 배까지 불어난다.
의료해외진출법은 적용 대상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병원은 성형과 미용 시술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내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민 등에도 국제 수가를 매길 수 있다.
미등록 이주민 또는 건강보험 가입을 위한 국내 체류 기간을 채우지 못한 외국인은 아파도 국제 수가가 무서워 병원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 생명과 직결된 ▷심뇌혈관 질환 ▷출산 ▷영유아 질병을 진단받으면 수천만 원의 진료비가 청구된다. 사단법인 공감작업환경의학센터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B 씨는 급성심근경색을 진단받았다. 청구된 진료비는 5400만 원이 넘었다. 건강보험이 적용됐을 때와 비교해 7배 이상 많다.
복지부는 국제 수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지난 4월 국회에서는 국제 수가 문제점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주민단체는 복지부가 수천만 원에 달하는 진료비가 나올까 무서워 이주민이 병원을 못 찾는 현실을 알면서도 외면한다고 질타한다. 이한숙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은 “의료해외진출법으로 실제로는 미등록 이주민에게 국제 수가가 매겨지고 있다”며 “복지부는 법령을 개정해 외국인 환자 범위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