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남문초 인근의 한 아파트 담벼락 한 부분이 어린이보호구역인 인도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오른쪽 사진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밧줄로 임시 조치를 한 모습. 독자 제공 |
- 주민, 안전펜스 설치 등 요청
- 구청, 부서 간 협조 이유 미적
초등학교 통학로와 인접한 부산 연제구의 한 아파트 담벼락에 균열이 생겨 붕괴 우려가 제기되지만, 관할 지자체의 미온적인 대응 속에 몇 주째 위험이 방치되고 있다. 지자체가 부서 간 협조를 이유로 조치를 미루는 사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17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아파트 담벼락에 균열이 생긴 건 이달 초다. 취재진이 현장을 확인해보니 높이 2m가량의 담벼락 일부가 분리되면서 인도 방향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두 구조물 사이에는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의 커다란 틈이 벌어져 있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기울어진 담벼락이 넘어지지 않도록 임시조치를 한 상태였지만, 기존 담벼락에 앵커를 박아 밧줄로 묶어놓은 것이 전부였다. 벽돌 기둥의 무게를 밧줄 몇 가닥으로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바로 옆 인도가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점이다. 현장은 남문초등학교와 인접해 있고, 창신초등학교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담벼락은 4~5m 높이의 옹벽 위에 있어 등하교 시간에 붕괴된다면 자칫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주민은 조치가 시급하다고 호소했지만 행정은 미온적이었다. 지난주 월요일 주민 A 씨가 연제구에 안전 펜스 설치를 요청했다. 그날 오후 구에서 현장을 찾았지만 후속 조치는 없었다. 불안해진 주민이 안전신문고를 통해 재차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아파트 측도 절차적 한계를 이유로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자체 예산으로 안전 펜스를 설치하려 해도 구에 해당 도로의 점유 허가를 받아야 하고, 점유에 따른 사용료도 내야 한다.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야 하지만, 회의는 빨라야 이달 말에나 열릴 예정이다. 주민은 “연휴 기간 폭우로 균열이 악화됐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에서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며 불안해한다.
구는 해당 담벼락이 인도 쪽에 있어 부서 간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취재가 시작되기 전엔 구청 내부 보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지자체가 부서 간 핑퐁을 하다 위험을 키운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구에서도 노후 빈집의 붕괴 위험성을 지적하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으나, 지자체가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사이 결국 건물이 무너져(국제신문 지난달 3일 자 1면 보도) 내렸다. 이번 사례 역시 행정 절차를 이유로 안전 조치가 미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연제구의회 윤지영 의원은 “진행 사항을 확인해 조속한 조치를 요청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