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1일 부산진구 송상현광장의 중앙 잔디광장 옆 부전역 방면 잔디가 대규모로 말라죽어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 관리업체 비료공급 등 누락 정황
-‘한지형 잔디’ 여름철 고온에 취약
- “난지형 시공 고려해야” 목소리도
부산시민의 휴식처인 송상현광장 내 잔디가 대규모로 말라죽어 흙바닥을 드러냈다. 원인을 두고 관리 업체가 부실하게 관리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부산시설공단이 계약 해지를 검토하는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이상고온이 사태를 악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오후 부산진구 송상현광장. 국내 최대급의 도심형 광장인 송상현광장은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눠진다. 이 가운데 중앙 잔디광장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의 잔디가 대부분 말라죽은 것이 확인됐다. 국제신문 취재진이 확인한 현장에선 땅에 수분이 없어 파삭하고 잔디는 노랗게 말라 쉽게 뜯겼다. 잔디밭 군데군데에는 잔디가 뿌리째 녹아내려 이가 빠진 듯 흙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잔디가 죽은 쪽엔 출입금지 펜스가 쳐져 있어 자유로운 잔디광장과 대조적으로 시민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잔디가 10여 일 전부터 말라죽기 시작했다”며 “작년에도 일부 잔디가 말라죽긴 했지만 이 정도 규모는 개장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송상현광장을 관리하는 부산시설공단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시료를 채취해 전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설명했다.
광장 내 잔디는 축구장이나 야구장에 사용되는 ‘한지형 잔디’다. 한지형 잔디는 밀도가 높고 부드럽지만 ‘한지형’이라는 이름처럼 여름에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생육이 왕성한 봄철에 주기적인 비료 공급과 통풍이 중요한데, 관리 업체에서 관리를 부실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에서 약 한번 뿌리지 않아 병으로 잔디가 전부 녹았다. 비가 많이 오지 않아 확산이 늦춰지며 일부라도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측도 업체가 약제 작업을 하지 않고 비료 공급과 제초를 일부 누락하는 등 과업지시서대로 수행하지 않은 정황을 포착하고 시정을 요구했지만, 업체가 대응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지형 잔디는 특수한 관리가 필요함에도 입찰 조건이 느슨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부터 송상현광장의 잔디 유지관리를 맡은 업체는 한지형 잔디를 유지관리한 실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2019년부터 “지역 업체 제한과 실적 제한을 동시에 두는 것은 이중 제한”이라는 감사 의견에 따라 실적 요건을 없앴다. 공단 측은 잔디가 말라죽은 것에 업체의 부실한 관리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계약 해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대규모 고사의 원인을 업체의 관리 부실에만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폭염이 지속되며 한지형 잔디의 식생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동아대 양건석(조경학과) 교수는 “한지형 잔디는 기온이 23도에서 25도를 넘기면 위조점(식물이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시들기 시작하는 상태)을 넘어가며 말라죽는다. 올해 부산이 38도를 웃도는 등 이상고온이 지속돼 난지형 잔디가 아니면 말라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송상현광장의 시공 당시엔 한지형 잔디가 적합하다고 보고 심의를 통과했지만, 새롭게 식생을 할 때는 난지형 잔디를 심는 방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