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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텍사스거리에 설치돼 있던 아치형 게이트 조형물. 국제신문DB |
- 명칭공모·거리 활용 구체화 없어
- 주민 “골목 알릴 특화점 발굴해야”
- 북항 등 연계한 관광정책 주문도
부산역 앞 텍사스거리가 상권 침체로 활력을 잃고 있다. 인접한 차이나타운에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지지만 텍사스거리까지 유입되지 않는 데다 상징물 철거 이후 별도 활성화 방안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항 재개발과 해양수산부 신청사 유치에 맞춰 거리 인지도와 상권 기능을 끌어올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는 ‘부산역 일대 도시비우기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1일 동구 텍사스거리 아치형 게이트 조형물 2개를 모두 철거(국제신문 지난해 7월 31일 자 1면 보도)했다. 부산역 일대 보행환경과 도시미관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주민설명회에서는 ‘텍사스거리’라는 명칭을 유지하자는 의견과 부산 관문에 걸맞은 새 이름을 만들자는 주장이 엇갈렸다. 새로운 거리 이름을 공모하고 지역축제와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동구 역시 철거 뒤 명칭 공모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철거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명칭 공모나 거리 활용을 위한 후속 논의는 구체화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당시 명칭 존치와 변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 검토해보겠다는 정도였다”며 “현재 텍사스거리만의 뚜렷한 특화점이 없고 별도의 상권 활성화나 차이나타운 연계 사업도 구체화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텍사스거리는 6·25전쟁 이후 미군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상권으로 형성됐다. 1990년 한·러수교 뒤 러시아 선원과 상인이 찾으면서 러시아·중앙아시아권 거리로 변해 부산항과 원도심 상권의 변화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상권의 주요 이용층과 업종도 함께 바뀌어왔다. 현재는 관련 업소가 일부 명맥을 잇고 있을 뿐 상권 활력은 크게 떨어져 관광객이 몰리는 인접 차이나타운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특히 두 거리는 부산역 맞은편에 인접해 있지만 관광객 발길은 차이나타운에 집중된다. 텍사스거리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권 기능이 약해진 뒤 이를 대신할 뚜렷한 볼거리나 먹거리, 거리 콘텐츠를 갖추지 못해 관광객을 골목 안쪽까지 끌어들이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빵집과 음식점 등 새로운 점포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유흥업소 중심이던 상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외국인 상권의 흔적과 새 점포를 함께 살려 거리 특색을 만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이를 상권 활성화나 관광객 유입으로 연결할 구체적인 방안은 사실상 전무하다.
김형승 초량전통시장상인회 회장은 “외국인 상권이 쇠퇴하면서 골목 활력은 크게 떨어졌지만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상권의 기억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며 “골목을 알릴 새로운 상징물이나 안내시설을 마련해 거리의 정체성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는 명칭 존치 여부를 넘어 텍사스거리의 역사성과 변화한 상권을 아우를 수 있는 특화점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때 외국인 상권으로 북적였던 거리의 기억을 살리면서 달라진 상권 흐름에 맞는 새로운 색깔을 입혀야 한다는 것이다.
북항 재개발과 해양수산부 신청사 유치로 부산역 일대 관광수요와 유동인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인근 상인들은 부산역·차이나타운·북항을 잇는 관광 동선에 텍사스거리를 연계하고 거리 인지도를 높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활성화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