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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3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부산경찰청과 카자흐스탄 당국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검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
- 현지 14명·국내 5명 동시 검거
- 중앙아 처음…2차 풍선효과 확인
- 셀프감금 등 수법 16명 6억 피해
피해자들을 속여 사기로 돈을 가로채는 ‘스캠’ 범죄를 조직적으로 일삼던 일당이 경찰에 대거 검거됐다. 이들은 캄보디아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겨 활동하다 카자흐스탄 당국과 공조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일당은 대법원과 금감원 등을 사칭하며 국내 피해자들에게서 수억 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경찰청과 카자흐스탄 당국이 공조해 지난달 23일 관리자급 등 보이스피싱 조직원 14명을 카자흐스탄 알마티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5일 밝혔다. 카자흐스탄 검거 작전 당시 이미 국내에 있었던 조직원 5명도 검거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대법원 검사 금감원 등을 사칭해 국내 피해자 16명에게서 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셀프감금’ 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 등기우편 수령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에 접근해 계좌가 범죄에 연루됐다고 속인 뒤 숙박업소로 피신하도록 유도하고, 이후 피해자가 스스로 돈을 이체하게 하는 수법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지 조직원 14명은 국내 송환이 완료돼 수영경찰서 등에 입감됐다. 국내에 있던 조직원 5명도 경기도 등에서 검거해 수사 중이다. 검거 인원 19명 중 14명이 구속됐으며, 구속영장 실질심사 예정자가 1명, 구속영장 신청 예정자가 4명으로 모두 한국인이다.
이번 사건은 중앙아시아에 거점을 둔 한국인 스캠범죄 조직을 검거한 첫 사례다. 보이스피싱 수사를 하던 부산청 수사대가 카자흐스탄 현지에 거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현지 출장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애초 이 조직은 캄보디아에 거점을 뒀으나, 현지 단속이 강화되자 베트남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카자흐스탄으로 거점을 옮겼다. 캄보디아에 집중됐던 범죄 조직 거점이 중앙아시아 등 다른 국가로 옮겨가는 ‘2차 풍선 효과’의 실체를 처음 확인한 것이다. 경찰은 범죄조직이 우수한 IT 기반 시설과 인접 국가로 도주가 쉬운 육로를 가졌다는 이유로 카자흐스탄을 거점으로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범죄조직이 또 다른 국가로 이동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 차단을 위해 관련 국가들과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작전을 범정부 합동 대응의 결과물이라고 발표했다. 경찰청과 외교부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이 협업한 끝에 성공적으로 조직을 검거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가 현지에서 ‘이네(INE)’ 작전을 펼친 것으로, 이네는 카자흐스탄어로 바늘을 가리킨다. 풍선 효과를 터트리겠다는 의미다. 카자흐스탄 국가안보위원회와 내무부도 조직원 추적과 검거 및 송환까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나머지 조직원 수사도 이어간다.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 인원과 금액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경찰청 김재명 반부패·경제범죄수사3계장은 “부산경찰청에서 최초로 사건을 인지하고 카자흐스탄에 거점을 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중국 국적 총책 등 나머지 조직원도 수사를 이어가 조직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