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도구, 급경사지 2곳 정비
- 공법 변경 공정률 6% 그쳐
- “자물쇠 철제판 담장에 부담”
- 주민, 소통 부족 등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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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객이 건 열쇠로 무거워진 철제판 때문에 벌어진 흰여울마을 담벼락. 이유경 기자 |
“길과 담벼락에 금이 가면 보수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곳이 다시 갈라집니다. 안전을 위한 공사라는데 정작 여기 사는 주민은 지금 얼마나 안전한지 알지 못합니다.”
부산 영도구 흰여울문화마을 급경사지 정비사업이 공법 변경으로 차질을 빚는다. 공정률은 6%에 머물고 사업비는 애초 96억 원에서 약 200억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그사이 골목과 담벼락에는 균열과 단차가 반복되고 주택에서는 누수와 배수 문제가 나타났다. 주민은 공사 일정과 안전 점검 결과를 충분히 전달받지 못한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5시 취재진이 찾은 영도구 영선동 흰여울길에는 골목 바닥을 따라 긴 균열이 이어졌다. 갈라진 틈을 흰색 보수재로 메운 흔적도 곳곳에 남았다. 보수한 자리 주변으로 다시 금이 번졌고, 주택가 담장 이음부에도 세로와 사선 형태의 갈라짐이 확인됐다. 흰여울길에는 약 30가구가 살고 빈집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은 ▷주민 소통 부족 ▷공사 장기화 ▷균열 배수 문제 ▷통행 제한을 주요 불편으로 꼽았다. 이들은 골목 바닥과 담벼락의 균열 단차가 보수 뒤에도 다시 생기는데 공사 이후 더 심해진다고 주장했다.
주민은 준공 시점뿐만 아니라 균열과 배수시설 점검 현황도 별도로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사장과 연결된 하부 산책로와 계단 일부의 통제까지 장기화하면서 주민의 통행 불편도 가중된다. 주민 백모(60대) 씨는 “공사 내용이 통장과 일부 상인조직에만 전달돼 일반 주민은 변경 사항과 준공 시점을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주민의 불안은 배수와 지반 안전 문제로도 번졌다. 이들은 사면 보강을 위한 천공 작업 뒤 기존 물길이나 지하수 흐름이 달라져 주택 주변 배수 문제가 심해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주민 김모(60) 씨는 “지난해 집 뒤에서 많은 물이 나와 양수 장비로 퍼냈고, 주택 바닥으로 물이 들어오는 문제도 구에 알려 조치를 받았다”며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객들이 자물쇠를 거는 철제판도 안전 문제로 지목됐다. 현장에는 수많은 자물쇠가 철제판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철제판이 설치된 담장에서는 이음부가 벌어지고 세로로 금이 간 흔적이 확인됐으며 일부는 바깥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주민은 철제판과 자물쇠의 무게가 노후 담장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했다.
흰여울문화마을 일대에서는 2018년 카페 조성 공사 중 축대 사면이 무너진 뒤 주변 조사가 진행됐다. 구 관계자는 “과거 여덟 차례 붕괴와 채움재 유실, 구조물 균열 등이 확인되면서 2020년 2월 붕괴위험지역으로 지정됐고 이듬해 정비공사가 시작됐다. 사면이 무너지면 20~25m 범위의 주택 1, 2열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재 D등급인 영선2-1·2-2지구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며, 영선2-2지구는 실제 기반암층이 예상과 달라 설계를 변경하면서 지난해 5월로 예정됐던 준공 시점이 2028년 말로 늦춰졌다. 구 관계자는 “설계에 배수와 지하수 흐름을 반영하고 사면 내부의 물이 빠져나가도록 배수시설을 설치한다”며 “주 3차례 이상 현장 점검과 출입 통제, 주민 대피계획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