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참가자들이 21일 부산 중구 부산근현대역사관을 찾아 피란유산 투어를 하고 있다. 김성효 선임기자 |
- 세계유산 잠정목록 시설 방문
- 근현대역사관 생활상 ‘눈 반짝’
- 소막·비석마을 사연 깊은 인상
- “과거 치유·미래 평화가치 계승”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개최를 계기로 한국전쟁 당시 임시수도의 흔적을 간직한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다. 부산시는 피란유산을 둘러보는 부산유산 투어와 ‘피란수도 부산 문화유산 야행’을 개최하는 등 피란수도의 역사와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적극 나선다.
21일 오전 9시30분 취재진이 찾은 부산근현대역사관에서 피란유산 투어가 시작됐다. 미국 나이지리아 도미니카공화국 등 9개국 외국인 14명이 참가했다. 건축 도시계획 등 전공 분야가 다른 이들은 세계유산위원회 연계 프로그램 가운데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에 관심을 갖고 개별 신청했다.
참가자들은 피란민의 열악한 생활상을 담은 사진과 기록을 유심히 살폈다. 소를 가두던 축사를 거처로 삼은 남구 우암동 소막마을과 묘지의 비석을 가옥 기초와 축대로 쓴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의 사연이 소개되자 당시 생활상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건축가 로버트 우티에티앙(57) 씨는 “축사와 판잣집에서 삶을 이어간 피란민의 이야기와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투어는 중구 복병산배수지와 국립중앙관상대로 이어졌다. 복병산배수지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과 부산시민에게 물을 공급한 사실이 소개됐다. 참가자들은 정부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을 지탱한 기반시설도 피란유산이라는 설명에 관심을 보였다. 국립중앙관상대에서는 약 100년 된 건물과 부산 시가지를 촬영하며 전쟁 중에도 기상관측을 이어간 흔적을 확인했다.
미국인 헝시 차오(49) 씨는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은 문화와 역사, 건축적 가치에 그치지 않고 평화의 중요성을 세계에 전한다”며 “세계 곳곳에서 분쟁이 이어지는 지금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문화유산 도시계획가 이요마 온예제퀘(45) 씨도 “부산은 잿더미 속에서 피어난 아름다움과 같다”며 “국립중앙관상대처럼 당시 건물이 남아 있어 전쟁 중에도 국가 기능을 이어간 역사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유산의 보존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 세대에 평화의 가치를 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임시수도기념관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 경무대’로 쓰인 대통령관저가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이승만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응접실과 서재에 흥미를 보이며 내부를 꼼꼼히 살폈다.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단과 함께 부산을 찾은 벨로스 산타나(50대) 씨는 “이번 투어는 외국 방문객이 한국전쟁과 당시 부산의 역할을 이해하는 기회였다”며 “오랜 건물과 그 안의 이야기를 지키려는 지방정부와 시민의 노력이 인상 깊었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꼭 알려야 할 역사”라고 의미를 짚었다.
부산은 한국전쟁 당시 1023일 동안 대한민국 임시수도로 기능했다. 정부 행정시설과 피란민 생활공간, 국제원조 현장이 도심 곳곳에 남아 있다. 피란유산은 2023년 5월 16일 국내 근대유산 가운데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지난해 11월에는 국가유산청의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선정됐다. 부산시는 유네스코 예비평가 등 후속 절차를 거쳐 2030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