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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축지마을 빈집 늘며 붕괴위험 노출…쥐떼 출몰도

재개발 지연 사실상 방치 상태…쓰레기·잡초 덮인 빈집들 위태

  • 이유경 기자 rglee@kookje.co.kr
  •  |   입력 : 2026-07-15 19:28:25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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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지 못한 고령층 주민 고통
- 동구, 뒤늦게 위험성 인지 대응

15일 부산 동구 매축지마을에 썩은 목재, 슬레이트 지붕 잔해 등이 쌓인 폐가가 방치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빈집에서 넘어온 쥐가 집 안까지 들어와 심할 땐 하루 서너 마리씩 잡힙니다. 화장실 없는 쪽방 주민들은 날벌레와 악취가 가득한 공동화장실을 이용하지만, 이곳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동네입니다.”

재개발 지연으로 주민이 떠난 부산 동구 좌천동 매축지마을에서 빈집 증가가 안전·위생 악화로 이어졌다. 이 마을이 포함된 좌천·범일통합2지구는 2018년 조합설립인가 뒤 8년째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했다. 그사이 빈집은 기울고 골목에는 쓰레기가 쌓였다. 주택에는 쥐와 도마뱀이 나타나고 날벌레가 들끓었다. 남은 고령 주민은 청소와 방역까지 떠맡은 채 열악한 환경에 내몰렸다.

15일 오전 10시 취재진이 찾은 매축지마을 주변에는 재개발을 마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그러나 마을 안 풍경은 딴판이었다. 잡초가 빈집 지붕과 담장을 뒤덮었다. 한 주택의 철제 현관문은 문틀에서 떨어져 위태롭게 걸쳐 있었다. 이 집에는 90대 주민이 살고 있었다. 골목 안 다른 주택은 방 천장 일부가 무너져 썩은 목재와 지붕 구조가 드러났다. 밤이면 외부인이 담배를 피우고 쓰레기를 버려 마을이 우범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주민은 마을에 조합원과 세입자 등 100가구가량이 남았고 대부분 70·80대라고 설명했다.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산 김성혜(71) 씨는 “사람이 살면 고치기라도 하지만 빈집은 그대로 무너진다. 주민 대부분이 70대를 넘겨 재개발을 기다릴 시간도 많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김미정(75) 씨는 “재개발을 믿고 난방공사를 미뤘다가 겨울마다 전기장판과 히터에 의존한다. 집 안 습기가 심해 제습기를 가동하는 데도 물통이 금세 차고, 제습기를 끄면 곰팡이 냄새가 난다”며 불편을 토로했다. 철도 옆 노후주택에서 36년째 산 권남조(67) 씨는 인근 재개발 아파트 조성 뒤 쥐 출몰이 잦아졌다고 주장했다. 권 씨는 “구가 집 주변에 쥐약을 놓았지만 빈집이 많아 효과가 없다”며 “마을 전체 빈집을 방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주민이 노후주택에서 버티는 배경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재개발이 있다. 이 지구는 2018년 4월 17일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영석(56) 전 조합장은 2017년 4개 구역 통합 뒤 조합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의원 정족수 부족으로 조합 업무가 한동안 멈췄다. 이후 집행부와 설계·정비업체 교체, 평형 구성 등 설계안 갈등까지 겹쳤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통합심의도 통과까지 7~9개월 걸릴 수 있다. 사업 장기화로 빈집과 노후주택이 늘었지만 행정의 안전관리가 뒤따르지 못했다. 붕괴·화재 위험 건물부터 철거하고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업은 현재 사업시행계획인가 전 단계인 통합심의를 밟는다. 동구 관계자는 “관계 부서가 조합 제출 자료를 검토중이다. 협의와 보완을 거쳐 통합심의를 마쳐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고 밝혔다.

동구도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해 재개발과 별개로 시급한 생활·안전 문제부터 조치하기로 했다. 강철호 동구청장은 지난 13일 동 순방 중 매축지마을에서 주민 민원을 들었다. 강 청장은 “인접 주택의 고령 주민이 공사 기간 다른 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협의한 뒤 붕괴 위험 빈집 1채를 철거할 계획이다. 쥐 출몰 문제도 점검하겠다”며 “조합의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우선이지만 구가 처리할 수 있는 생활·안전 민원은 먼저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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