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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4> 고영우 사회안전예방중앙회 부산시협회장

젊은 날 불길 속 시민 구한 소방관, 이젠 詩로 치유 건네다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6-07-14 18:30:31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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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우 사회안전예방중앙회 부산시협회장(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5일 새부산시인협회 신인상을 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 2002년 돗대산 中민항기 사고 등
- 36년간 인명구조·화재진압 헌신
- 퇴직 후 후학 양성·소방교재 출간
- 여든 앞 새부산시인협회 신인상
- 문예창작학과 입학… 배움은 계속


◇ 고영우의 인생이모작 귀띔

- 배움에는 정년이 없고, 도전에는 나이가 없다.


사람들은 예순을 넘기면 자주 말한다. “이제 좀 쉬고 싶다.” 그 말에는 긴 세월 일터에서 버텨온 사람의 고단함과 안식에 대한 바람이 함께 있다. 그러나 100세 시대의 인생은 그렇게 간단히 문을 닫기에는 너무 길다. 그래서 예순은 종착역이 아니라 환승역일 수 있다. 일하던 직장은 내려놓아도, 사람이 가진 경험과 사명까지 내려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영광도서 문화홀에서 신인상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이번에 받는 상은 어떤 상입니까.

▶시 창작 활동을 계속 이어오면서 새부산시인협회 주관 신인상 공모전에 제출한 시 중에서 3편이 당선돼 상을 받습니다. 계간 ‘부산시단’ 제49호에 시가 실리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곧 여든을 앞두고 계신데, 시 공부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습니까.

▶저는 소방관 출신입니다. 36년 동안 소방 현장에서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했습니다. 젊을 때는 직업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면, 이제는 글로 사람을 치유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고 시를 쓰고 있습니다.



이날 만난 사람은 고영우(79) ㈔사회안전예방중앙회 부산시협회장이다. 그는 1972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36년 동안 소방 현장을 지키다가 2007년에 정년퇴직을 했다. 퇴직 후에는 12년가량 대학 강단에서 학생을 가르쳤고, 이제 시로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평생 현역으로 살고 있다.



-지금은 시인이시지만, 그전엔 대학교수였고, 젊은 시절엔 소방인으로 살아오셨군요.

▶네 소방은 특수한 직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을 돌보는 방편이지만 희생과 봉사 정신이 없다면 견디기 힘든 직업입니다. 예전에는 공기호흡기와 방화복, 통신장비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그 속에서 출동 벨이 울리면 언제든지 뛰쳐나갈 준비를 해야 했기에 긴장감이 높아서 우리 스스로 ‘창살 없는 감옥에서 근무한다’고도 했죠. 하지만 독한 연기와 이글거리는 불 속에 들어가 둘러업고 나온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을까요.

▶2002년 김해 돗대산에 중국 민항기가 추락한 때입니다. 항공기가 김해공항으로 접근하던 중 조종 미숙으로 돗대산에 충돌한 사건인데, 당시 166명의 탑승자 중에서 130명이 사망했을 만큼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김해 지역이었지만, 광역 화재 진압 체제가 더 확립돼 있던 부산이 초동 지휘를 맡게 됐는데, 당시 부산 북부소방서 구조과장이었던 제가 인명 구조와 부상자 이송, 화재 진압을 총지휘했어요. 그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고 퇴직할 때는 녹조근정훈장을 받았지만, 참사의 냄새와 비명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은 사건입니다.



지난 시절의 직업 활동을 말할 때 톤이 높아지는 그의 목소리에서 과거 소방공무원의 거친 현실을 오롯이 느낄 수가 있었다. 오늘의 ‘K-코리아’라는 말 뒤에는, 이름 없이 현장에서 버틴 앞선 세대의 땀과 그을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7년에 퇴직 후 대학 강단으로 가셨다고요. 인생이모작이라는 말도 흔하지 않던 때였는데, 직장 다닐 때부터 준비를 하신 겁니까.

▶재직 중 부산소방교육대 교육부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입소한 소방원들에게 강의도 하고 책을 쓰기도 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선’이 될 수 있는 ‘점’을 이야기한 적 있죠. 돌아보면 그때의 그 일들이 점이었고, 결국은 인생이모작의 선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 점이 어떻게 연결되어 선이 됐나요.

▶저는 소방관들을 교육하는 책임자로서 스스로 어느 정도의 체계화된 지식을 가져야 남을 교육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죠. 그래서 재직 중이던 2003년에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어요. 그것은 저의 또 다른 점을 만드는 행동이었죠. 물론 그때 퇴직 후 대학 강단으로 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 퇴직 후 대학 강단에 바로 가신 건가요.

▶아닙니다. 퇴직 후 어떤 소방 설비회사의 부사장으로 스카우트돼 갔습니다. 경제적인 면에서 기분 좋은 일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영업 부담이 너무 커서 몇 개월 견디다가 그만두어버렸어요.



-왜 그렇게 어려웠나요.

▶공무원이던 제겐 영업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사람들을 만나 소방설비 부품이나 설비 관계를 설명하고 예산을 들여서 구입하거나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는 일이었는데 저는 정말 못 하겠더군요. 스텝이 꼬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대목은 은퇴를 앞둔 공직자들이 주의할 부분이다. 퇴직 후 첫 직함이 그럴듯해도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으면 오래 못 간다. 특히 평생 공적 책임과 규정 속에서 살아온 공직자에게 ‘대외협력’이라는 직책의 영업은 생각보다 낯설고 거친 세계일 수 있다. 은퇴를 앞둔 공무원이나 교육자 출신들은 기억할 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제가 하고 싶은 일과 사명을 재정립했습니다. 마침 대학에서 소방 현장의 산 경험을 가진 이론 지식이 있는 교수 요원이 필요하다더군요. 저는 그곳으로 방향을 잡고서 다시 매진했습니다.



-어떻게 하셨다는 것인가요.

▶자격증 학위 책 등 3개를 완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 자격증은 특급소방기술자 등 여러 개의 소방·안전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동의대 경찰소방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동의대는 산업과 삶의 현장에 결부된 교육에 뛰어난 대학이라 좋았어요. 그러고 나니 그곳에서 교수로 재직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리고 저는 소방관들이 승진에 필요한 과목이나 소방관이 되려는 학생들이 공부해야 하는 과목을 중심으로 책을 썼습니다. 소방행정학 화재진압론 등이었는데 현재까지 공동 저서를 포함해서 총 11권을 출간했습니다.



-퇴직 후 엄청난 노력을 하셨군요. 오랫동안 강단에서 환영받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크고 작은 화재 현장의 경험을 접목해서 강의한 것이 효과적이었습니다.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은 전국에서도 아주 소수입니다. 그리고 저는 소방관으로 근무하면서 공장 고층건물 등 다양한 특정 소방 대상물을 접했는데, 그런 현장과 회사들을 알고 있었기에 학생들을 많이 취업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몇 개 대학으로부터 계속 요청받아서 72세까지 강의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는 ‘점’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다. 학생이라는 점을 중심으로 자격증 박사학위 책 취직 승진 등의 점을 또 만들고, 그 점을 연결해 선과 면을 만들어 왔던 것. 경험은 그냥 오래 살았다고 자산이 되지 않는다. 먼저 정리돼야 하고, 또한 언어와 지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는 현장을 교재로, 교재를 강의로, 그리고 강의를 다시 일자리로 연결한 것이다.



-그런데 72세에 대학 강의를 그만두고도 많은 일을 하셨다고요.

▶우리 사회가 안전을 더 강조하는 중에 제가 이쪽 전문가이다 보니 사회적 요구가 있어서 ㈔사회안전예방 중앙회와 학교폭력예방 범국민운동본부의 각 부산시협회에서 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또한 제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셨던 준봉 고종후 선조 님의 의로움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기념사업회 경남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예순이 넘으면 좀 쉬려고 하는데, 여든을 바라보면서 계속 현역으로 활동하시는군요.

▶그렇지요. 하지만 저는 계속 연구하고, 남에게 전수하는 것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실 저는 60세가 넘어서 몇 개의 초기 단계 암이 왔었기에 수술을 하면서 이제까지 매일 7000보 이상을 걸으며 극복하고 있습니다, 저는 강인한 정신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지금도 “저 친구 빳빳하다”는 말을 듣습니다. 솔선수범하는 한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지혜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며 시를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왜 시였습니까.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주로 화재 현장에서 겪었던 내용으로 시를 씁니다. 제 시에는 소방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지만 살아가면서 마음에 상처받은 분들이 치유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담고도 있습니다. 이 둘은 일견 무관하게 보여도 저의 생애 안에서는 치유라는 한 줄기로 이어집니다. 얼마 전 부경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학생으로 등록했습니다. 언어를 더 다듬어 역경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습니다.



-은퇴를 앞둔 후배들에게 한말씀해주신다면요.

▶영화 ‘인턴’을 보면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은퇴한 노년의 주인공이 새로운 직장에서 자신의 경험과 인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누구든 또 다른 삶의 패턴으로 넘어갈 때는 난관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기술과 시대를 따라잡기 힘들죠. 그래서 퇴직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합니다. 준비하는 사람에게 퇴직은 끝이 아니고 또 다른 시작입니다. 배움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도전에는 나이도 없습니다. 나이는 절대로 꿈을 막지 않습니다. 경험을 연결하여 선과 면으로 만드십시오.



소방관 출신 대학교수였던 고영우의 삶은 은퇴가 끝이 아니라 사명을 바꾸는 일임을 보여준다. 젊은 날 그는 불길 속에서 사람을 구했고, 퇴직 후에는 강단에서 후학을 길렀으며, 이제는 시로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려 한다. 직함은 소방관에서 교수로, 다시 시인으로 바뀌었지만 중심은 하나였다. 사람을 향한 마음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보았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 시인으로 등단한 고영우는 그 말의 살아 있는 사례다. 사람은 누구나 늙지만, 모두가 낡는 것은 아니다. 어제의 경험을 새 언어로 바꾸는 사람에게 인생 후반은 다시 불꽃을 일으키는 시간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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