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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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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고생 살해 ‘장윤기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실체가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찰에 수사권을 몰아줘도 되는지 의구심이 생기는 가운데 정부 여당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방침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현직 경찰 간부인 장윤기 아버지와 사건 초기 수사팀의 유착·증거인멸 정황이 발각됐습니다. 애초 경찰은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했으나 검찰은 추가 증거 등을 토대로 무기징역 이상이 가능한 강간 살인 혐의로 장윤기를 기소했습니다.
검찰 해체가 80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장윤기 사건이 기폭제가 되며 검찰 보완수사권 존치 여론이 거셉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영원히 은폐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검사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피해자들 눈물을 닦기 위해 보완수사권을 존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개혁을 촉구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도 내부 조사 결과 회원 10명 중 7명(부분 존치 45.9% 전면 존치 21.1%)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반대한 것으로 공개됐습니다.
여당은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습니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고 수사 주체를 사법경찰관(경찰)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입니다. 검사는 공소 제기와 유지 역할을 하며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만 갖게 됩니다. 검찰이 넘어온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경찰에 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다시 넘기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보완 수사권 완전 폐지는 민주당의 확고부동한 원칙이며 당내 이견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폐지되고 수사 기능이 제거된 조직, 공소청으로 전환됩니다. 이에 맞춰 정부 여당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검찰개혁 최종 목표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마지막 퍼즐로 봅니다. 검찰개혁론자들은 검찰에 한 치의 수사권이라도 남아 있으면 과거 ‘정치검찰’로 회귀하는 건 불 보듯 뻔하다는 시각입니다.
장주영 변호사(전 정부법무공단 이사장)는 지난해 11월 경실련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수사 기소 재판의 분리는 권력 견제의 기본 원리인데 검사가 보완수사를 병행하면 그 원칙이 무너진다”면서 “정권 교체 때마다 권한 확대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용대 변호사(민변 사법센터 소장)는 지난달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보완수사권은 수사권으로서의 성질을 가지고, 개념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개혁 취지를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소권을 가진 검사가 ‘풀어줄 결심, 괴롭힐 결심’에 따른 권한 오남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검사에게 보완수사요구권을 가지는 것으로 해 미진한 수사를 보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장윤기 사건과 마찬가지로 2022년 ‘부산 돌려차기 사건’도 애초 경찰이 단순 살인미수 혐의만 적용한 것을 검찰이 보완수사로 중형인 강간 등 살인미수 혐의로 변경했습니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활동을 종료하며 낸 입장문에서 “검사의 수사권 전면 박탈이라는 목표에 매몰된 나머지 그에 따른 제도적 공백과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대비 없이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재편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며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없을 때 “그 불이익은 범죄 피해자와 피의자 피고인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고 비판했습니다.
사건이 경찰과 검찰에 왔다 갔다 하는, 이른바 ‘사건 핑퐁’으로 수사 지연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자문위는 “수사권 조정 이후 실무에서는 수사기관의 부실 수사와 수사 지연이 이미 일상화됐고 여기에 더해 기관 간 사건 핑퐁 문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검찰청도 8일 입장문에서 “보완수사는 사법경찰의 수사 지연 및 오류, 판단 누락 등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법 통제 수단”이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고 보완수사 요구로 해결하는 경우 검찰과 경찰의 사건 핑퐁 속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될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회를 향해 “수사 기소 분리의 대원칙은 분명히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수사에 대한 교차 검증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완수사권을 심도 있게 논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민주당은 8·17 전당대회 전까지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정치적 갈등이 더 커질 양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