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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9일 부산 동구 부산역 앞 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장기 여성 노숙인 A 씨가 한여름에도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 짐 옆에 앉아 있다. 이유경 기자 |
- ‘자발적 의사’ 있어야 행정 도움
- 정신건강 문제 소통 어려운 이도
- 전문가 “연계보다 사례 관리를”
“장기 노숙인은 시설 연계를 권해도 거부하는 이가 많아요. 강제로 데려갈 수 없어 계속 설득할 수밖에 없습니다.”
30일 부산 동구 부산역 앞 광장. A(60대 추정) 씨는 한여름 날씨에도 두꺼운 패딩을 입은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곁에는 낡은 옷가지와 짐이 쌓여 있었고 오랜 거리생활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다.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와 시설 이용 여부를 물었지만 A 씨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거리노숙인 상담과 시설·의료 연계를 맡은 부산소망종합지원센터는 A 씨를 부산역 일대에서 15년 넘게 거리생활을 이어온 장기 노숙인으로 파악한다. 실제 도움이 필요해 보여도 본인 동의가 없으면 지원은 반복적인 설득에 머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부산의 거리노숙인 수는 장기적으로 줄어드는 흐름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부산 전체 거리노숙인은 101명이다. 2016년 151명과 비교하면 50명 줄었다. 시와 노숙인 지원기관은 거리상담과 응급잠자리 제공, 일자리·시설 연계가 일부 효과를 낸 것으로 본다. 그러나 A 씨 같은 장기 노숙인은 ‘자발적 의사’가 필요하다는 행정·제도적 한계로 여전히 거리 위에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 시설 생활이 어려워 정신건강 진료나 입원 등 의료 개입이 필요해 보여도 본인 의사가 확인되지 않거나 입소를 거부하면 지원은 제한된다.
실제 부산역과 서면역 일대에는 장기 노숙인이 적지 않다. 부산소망종합지원센터가 지난 8일 집계한 부산역 일대 거리노숙인은 25명, 서면역 일대 거리노숙인은 26명이다. 이 가운데 5년 이상 장기 노숙인은 부산역과 서면역에서 각각 13명 이상으로 절반을 넘는다. 특히 센터 측은 여성 노숙인 90% 이상이 정신건강 문제를 함께 겪는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워 상담과 시설 안내가 지원으로 이어지기 더 어렵다.
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배경도 복합적이다. 부산소망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공동생활과 시설 규칙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채무 명의도용 피해 등 개인 사정으로 신원 확인과 주소 노출을 꺼리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름철 폭염을 앞두고 거리생활 자체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래 거리에서 지내는 노숙인은 건강 상태가 악화돼도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거나 병원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반복돼 안전 사각지대에 노출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장기 노숙인 문제에는 단순한 시설 입소 권유보다 정신건강·의료·주거를 함께 살피는 사례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 권기범 팀장은 “장기 노숙인 지원을 위해 지속적인 사례관리가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가 의심되는 노숙인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전문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가 상태를 확인하고,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지자체와 경찰 및 119가 함께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