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마지막 미개발지 벡스코 앞 ‘세가사미 부지(사진)’ 개발이 또다시 표류한다. 지난달 예고된 토지매매 잔금 납부가 기약 없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잔금을 받아 민생 예산 재원을 마련하려던 부산시 재정 계획도 동력을 잃었다.
30일 부산시에 따르면 글로벌 부동산개발사 하인즈가 6월까지 납부하기로 했던 토지매매 잔금과 연체 금융비용 등 약 1200억 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하인즈 측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납부 시기도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잔금 납부가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 계약 당시 잔금은 2023년 안에 들어오기로 돼 있었다. 하인즈의 투자자 유치가 잇따라 무산되면서 납부 시한은 수차례 미뤄졌다.
지난달 선거를 앞두고 부산시는 하인즈가 이달 중 토지 대금 잔금과 연체 금융비용을 합친 1200억 원을 일시 납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인즈는 1조4000억 원 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을 확보해 이르면 오는 8월 착공에 들어간다는 구체적 일정까지 나왔다.
시는 계약 해지도 어려운 처지다. 하인즈는 전체 매매대금 1890억 원 중 계약금과 중도금 명목으로 이미 1000억 원 가까이 납부했다. 지난해 7월에는 건축허가 승인도 받았다.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기술심의 등 주요 행정 절차도 완료했다. 법적·행정적 절차가 상당 부분 진행돼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면 법적 공방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세가사미 부지는 부산시가 1998년 국방부로부터 수영비행장을 인수한 뒤 센텀 1지구를 조성하면서 남긴 마지막 미개발지다. 2001년 현대백화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가 사업을 포기했고, 2013년에는 일본 세가사미 그룹이 관광호텔 건립에 나섰지만 4년 만에 수익성을 이유로 손을 뗐다. 이후에도 복수의 민간사업자가 개발 의사를 밝혔다가 무산됐다. 3년 전 하인즈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듯했다. 60층 규모의 초고층 오피스텔 ‘글로벌 퀀텀 콤플렉스’를 짓고, 한국퀀텀컴퓨팅이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신약개발 물류 암호해독 등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상이었다.
이번 잔금 납부 연기는 전재수 부산시정 운영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재정운영 손실 사태로 가용 예산이 고갈된 상황에서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재원 유입이 막혔기 때문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내부 사정과 시장 상황 변동으로 대금 납부가 늦어지고 있다.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