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불명예 퇴진이다.
전임 김대근 부산 사상구청장에 이어 조병길 구청장도 불법 선거가 드러나 명예롭게 임기를 마치지 못했다. 조 구청장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상구는 두 번 연속 불명예 퇴진과 구청장 처벌이라는 수치를 겪는다. 두 구청장의 행적을 돌아보면 부끄럽다. 갑작스럽게 사상구청장 후보가 된 김 전 구청장은 상대 후보와 토론을 피하려 가짜 교통사고를 모의했다. 이중장부를 만들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선거에 썼다.
조 구청장은 남달랐다. 조 구청장은 사상구 재개발 정비사업 내 주택을 샀다가 재임 중 국민의힘에서 제명됐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그는 집단 표를 끌어올 수 있는 단체의 간부에게 1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 이 과정에서 “돈은 줬지만 돈봉투는 안 줬다”는 웃지 못할 말을 남겼다.
두 구청장은 서로 닮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하고 인정하는 대신 배신과 상처를 운운했다. 김 전 구청장은 녹취록을 건넨 이의 악의를 의심했다. 조 구청장은 국민의힘 정치 공작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그는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하는 서러움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불법 선거로 지역 명예를 실추시켰지만 사과는 없었다. 조 구청장은 지난 26일 내빈과 사상구 공무원을 모아 구 예산으로 이임식까지 치렀다. 세수 부족으로 기금 잔액을 박박 긁어쓰고 공무원 출장비마저 못 줄 수 있는 형편에 볼썽사나운 이임식이었다. 구 내부에서 이임식을 반대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사상구청장 잔혹사’를 끊어내려면 임기를 시작하는 당선인 어깨가 무겁다. 떨어진 공무원 사기를 끌어 올려 당장 세수 위기부터 극복해야 한다. 잔혹사 반복을 막으려면 구청장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두 차례 불법 선거 사전 포착에 실패한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도 반성하고 쇄신해야 공직자가 부정의 유혹에 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조 구청장을 수사하는 부산경찰청을 보면 우려가 크다. 선거가 끝난 뒤 조 구청장이 자취를 감췄지만 경찰은 천하태평이었다. 최소한 증거물 임의 제출 요구는 해야 했다. 추가 금품 제공과 4년 전 불법 선거 의혹 진상규명 의지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수사는 문외한이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기자에게 연락주시라. 누구를, 어디를, 무엇을,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 적극적으로 알려드리겠다.
사상구청장 잔혹사는 구청장 두 사람의 일탈이 가장 큰 원인이다. 동시에 그들이 불법으로 빠지지 못하도록 주어진 역할을 못 한 이들의 책임도 크다. ‘잔혹사’가 부디 두 구청장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길 소망한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