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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그래픽. 국제신문 DB |
- 법원 통해 비용 확정 가능하지만
- 부산 민사 5만 건 중 9%대 불과
배달기사 강모(42) 씨는 하마터면 소송비용 ‘덤터기’를 쓸 뻔했다. 부산의 한 식당에서 일한 그는 2015년 6월 23일 오토바이를 타다 미끄러지면서 목을 크게 다쳤다. 이 사고로 사지마비까지 당한 강 씨는 식당 주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업주가 마땅한 안전 조처를 해주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5년 가까운 소송 끝에 강 씨는 최종 패소 했다.
소송에서 진 것도 울화통이 터지는 판에 강 씨는 상대편 법무법인이 보내 온 소송비용계산서를 보곤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법원을 통해 건네진 계산서에는 4320만 원이 청구돼 있었다. 자신이 생각한 금액과 견줘 비용이 터무니없다고 느꼈다. 강 씨는 곧장 200만 원을 주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어 법원 소송비용액확정 절차를 밟았다.
다행히 지난 2월 부산지법은 청구된 금액보다 한참 적은 2975만 원을 지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강 씨는 “자칫 1400만 원을 억울하게 날릴 뻔 했다. 패소한 마당에 청구를 방어하느라 변호사 비용이 더 들었다”며 “소송비용은 계산 방법이 정해져 있다고 안다. 내가 법을 잘 모를 것이라고 보고 과도한 돈을 요구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열을 올렸다.
법조계는 이 같은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법률이 정한 금액보다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찔러보기’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변호사 도움 없이 승소자가 자체적으로 비용을 계산해 실수가 발생하는 때가 있지만, 사정을 알고도 비용을 과도하게 청구하는 ‘소송비용 덤터기’도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비용 갈등은 주로 변호사 보수를 두고 빚어진다. 패소한 이가 승소자에게 줘야 할 돈은 기본적인 인지액 송달료 감정비용 등에 더해 상대방 변호사 비용이 포함된다. 이때 변호사 비용은 상대방이 변호사에게 쓴 돈 전부를 뜻하지 않는다.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정’에 따른 비율을 적용해 산정된 값만 지불하면 된다.
문제는 법원을 통한 소송비용 확정 절차는 의무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사자가 신청할 때만 법원이 최종 비용을 계산·결정해준다. 또 보통 변호사와의 계약은 본안 사건까지만 유효하다. 소송비용 확정과 같은 후속 절차는 변호사를 따로 선임해야 한다. 그러니 비용이 과다 청구돼도 이를 바로 잡아줄 사람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사정에 패소자 대부분이 별도 신청 없이 상대방이 요청한 금액대로 비용을 지불한다. 부산만 해도 2024년 기준 4만9661건의 민사 사건이 접수됐는데, 소송비용확정 신청 접수는 4595건(9.3%)에 그쳤다. 전국적으로는 민사 80만5366건 중 5만9701건(7.4%) 수준을 보였다.
지역의 한 변호사는 “법적으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300만 원인데, 의뢰인에게 700만 원을 청구해 상대편 법무법인에 따진 적이 있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요구하는 등 선을 넘는 사례도 보인다”며 “법원이 의무적으로 소송비용을 확정하면 좋겠지만, 부동산 등 소가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려울 때에는 다툼이 생길 수 있어 법원도 일괄적으로 비용을 처리해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