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24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과거사공동지원단 주최로 ‘우정보육원,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인권침해 사건 피해생존자 진실규명 신청 및 국가배상청구소송’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 피해자들, 국가배상·사과 요구
강제로 보육원에 끌려간 뒤 고위공직자 집안 식모로 팔린 소녀들이 약 반세기 만에 국가에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부모와 생이별한 채 굶주림과 강제노역 등 열악한 삶을 강요받은 이들은 “이제 당당히 세상 앞에 나서겠다”며 국가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 과거사공동지원단은 24일 부산 연제구 부산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지원단은 우정보육원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를 규명하고자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또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각각 진실규명과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다(국제신문 지난달 11일 자 2면 보도).
우정보육원은 해운대구 우동에 자리했던 아동시설이다. 1957년부터 1998년까지 운영됐다. 당시 해운대구에는 여러 보육원이 밀집했는데, 그중에서도 우정보육원은 규모가 큰 편에 속했다. 갓 태어난 아이부터 유아까지 수많은 아동이 이곳에서 생활했다. 당대에는 부모가 버린 아이들을 거둬 키우는 곳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지원단이 피해자 16명과 면담한 결과, 이곳에서는 여느 집단수용시설과 마찬가지의 인권유린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연고가 있는 아동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고, 굶주림과 억지 노역을 강요했다. 그러면서도 영화숙·재생원이나 형제복지원처럼 부산시와 위탁 계약을 맺고 보조금을 받아 챙겼다.
특히 우정보육원에서는 인신매매에 준하는 ‘식모 전매’가 이뤄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설이 몇만 원을 받고 외부 가정집에 원생을 식모로 보냈다는 것이다. 시의 점검 등이 있을 땐 다시 보육원으로 불러 보여주기용 사진 촬영을 마친 뒤 다시 식모살이를 하러 나가는 형국이었다고 한다. 시설 이사장의 집에도 보내져 식모 노릇을 했다고 피해자들은 설명한다.
판검사와 같은 고위공직자에게는 푼돈도 받지 않은 채 보내졌다고 한다. 1970년대에 이곳에 수용된 피해생존자 임호연 씨는 “어린 여자애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도 하기 전에 사회 고위층들 집에 식모로 팔리거나 선물로 보내졌다. 식모로 지내면서 수많은 노동과 굶주림과 구타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하며 버티고 살았다”며 “수많은 아이들이 병들어 죽었다. 내 동생도 병과 굶주림으로 죽었다. 아이들을 2, 3일에 한 번씩 리어카에 실어 보육원 뒷산에 묻었다”고 증언했다.
피해생존자들은 “우리는 지난 세월 부당하게 겪은 피해를 묵혀 왔지만 이제는 당당히 세상 앞에 나설 것이다. 국가는 과거 우리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했고, 이제라도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우리에게 합당한 배상을 해야 함을 당당히 외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덕성원피해생존자협의회 소속 피해자 126명은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부산지법에 제기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해 12월 피해자 42명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1차 소송에서 승소한 뒤 약 6개월 만에 이뤄졌다. 덕성원 역시 해운대구 중동에 자리했던 보육원으로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