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계 “시간 길어져 관심 식어”
 |
| 지난 22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열린 ‘아리셀 참사 희생자 추모 표지석 완공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산 1호 사건’을 계기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법률심판(국제신문 지난해 3월 28일 자 1면 등 보도)에 부쳐진 뒤 관련 사건의 심리 지연·중단 사례가 나오고 있다. 노동계는 “재판 속도를 느리게 해 사건을 향한 시민 공분을 식게 만든다”며 우려감을 보이는 반면 지금까지 거론된 법률의 명암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는 견해도 맞선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2-3부(김현희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30대) 씨 사건 항소심 재판을 추정(일시 중지)했다. 함께 기소된 현장소장 A 씨는 예정대로 다음 달 9일 선고를 받는다. 이들은 2023년 1월 15일 부산 중구 남포동 공사현장에서 20대 노동자가 벽돌에 맞아 숨진 사고의 책임자로 재판에 넘겨졌다. 오 씨는 오태원 북구청장의 아들로 지난 3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오 씨 사건이 멈춘 건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에 기인한다. 오 씨 측은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먼저 받아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받아들여 재판부는 헌재의 결정을 기다렸다가 사건을 종결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3월 부산지법 형사4-3부(김도균 부장판사)에 의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이뤄졌다. 법원이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가려달라고 헌재에 요청한 첫 사례다. 이 재판부는 ‘부산 1호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을 맡고 있다. 제청 사유로 재판부는 ▷과잉금지 원칙 위반 ▷책임주의, 평등 원칙 위반 ▷명확성 원칙 위반을 들었다. 제청을 계기로 본안 사건은 2024년 8월 22일 공판 이후 2년 가까이 중지된 상태다.
위헌법률심판을 내세운 ‘사건 늦추기’는 아리셀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8일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대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한 것이다. 재판부가 이 신청을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데 상당 시간이 걸리고,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헌재의 시간’도 기다려야 해 사건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박 대표는 2024년 노동자 23명이 숨진 최악의 중대재해 사건의 책임자로서 재판받고 있다.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에 처해졌다가 지난 4월 항소심에서 징역 4년으로 형량이 크게 깎였다.
헌재가 언제 위헌성 판단을 내놓을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지난 5월 헌법연구관의 사건 보고서 작성을 위해 관계인·전문가를 상대로 한 조사기일이 열리는 등 속도에 진전이 보인다.
노동계는 ‘사건 지연 전략에 불과하다’고 반발한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숙견 활동가는 “사건이 길어지면 세간의 관심이나 국민적 기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다른 사건들도 ‘부산 1호 사건을 빌미로 재판 지연이 시작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법률 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한 변호사는 “규정 상당 부분이 산업안전보건법과 겹치거나 충돌하고, 책임자 엄벌에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 헌재 판단 이후 법률을 새로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