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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부산 중구 대청로 방향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부산중부교회 전경. 한국전쟁 직후 건립한 부산중부교회를 비롯한 보수동 책방골목 일대의 여러 건물이 미등기 상태로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 현행 건축법 기준 충족 불가능
- 중구, 역사가치 고려 방법 모색
부산 민주화운동의 거점이었던 중구 보수동 부산중부교회가 ‘무허가 건물’이라 문화유산 등록에 제동이 걸렸다. 전쟁 이후 보수동 일대 다른 건물과 함께 자리를 잡은 후 지금까지 등기를 못한 채 지내왔는데, 특별한 역사적 공간인 만큼 행정당국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부산 중구 보수동 책방골목의 가파른 계단 위 부산중부교회. 낡은 책 냄새가 배어 있는 좁은 골목을 따라 계단을 올라가니 책방 간판이 붙은 1층 점포 위로 오래된 교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헌책방과 교회가 한 건물 안에 어우러진 모습은 이곳 책방골목의 오래된 분위기를 그대로 담고 있었다.
이곳은 부산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고 최성묵 목사의 활동과 부산양서협동조합, 부마민주항쟁, 부림사건 등 지역에서 전개됐던 민주화운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공간이다. 1992년 별세한 최 목사는 1970, 1980년대 이곳 담임목사로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1987년 5월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 부산본부 대표를 맡아 6·10항쟁을 이끌었다. 중부교회는 이 모든 활동의 중심이었다. 최 목사는 지난 10일 민주화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16일 이곳을 부산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교회는 이를 계기로 국가문화유산 등록 추진에도 나섰다. 하지만 법적으로 ‘무허가 건물’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제 와서 등기를 하려 해도 주차공간 확보, 소방시설 구축 등 현행건축법상 등기 기준을 충족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지적도에도 해당 위치는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부교회 김광호 목사는 “과거 이 일대에 자리잡은 많은 건물이 무허가로 지내오고 있다”며 “등기와는 별개로 재산세 등 세금 납부는 하고 있다. 시대적 상황과 현실적인 여건을 행정에서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구는 교회 건물이 건축법이 시행된 1962년 전에 세워졌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현행 건축법상 규제를 받지 않고 건축물대장 생성 여부를 검토하는 등 가능한 절차를 최대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다행히도 중부교회는 1959년 준공 당시 연도를 새긴 머릿돌, 그 시절 사용했던 이름인 ‘대한기독교장로회(현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적힌 명판 등이 존재해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 관계자는 “교회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관련 부서와 함께 건축물대장 생성이 가능한지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건축물대장이 생성되면 국가문화유산이나 부산시문화유산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부교회와 비슷한 처지에서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선례도 있다. 같은 지역인 중구 대청동의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은 1924년 지어져 한때 미등기상태였지만, 목재 골조 등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후 등기 절차를 거쳐 2013년 10월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책방골목에서 40년 동안 책방을 운영한 허양군(69) 사장은 부산중부교회를 단순한 종교 시설이 아닌 골목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이웃으로 봤다. 그는 “교회 1층에 책방이 있고, 지역 행사 때도 책방 상인들과 함께해온 곳”이라며 “중부교회 보존은 곧 보수동 책방골목의 역사성을 남기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