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방탄소년단(BTS)의 대형 공연을 앞두고 관객들을 도심에 묶어두기 위해 ‘체류형 야간 축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부산시가 머쓱한 처지에 놓였다. 부산시가 밤새 돈을 쓰고 자고 가라며 화려한 보도자료를 낸 지 불과 열흘 만에, 중앙정부가 바가지요금을 피해 인근 경남 지역으로 피신하라는 취지의 ‘기습 분산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인해 정부가 추진 중인 ‘5만석 규모 멀티 돔구장’ 유치 경쟁에서 부산이 치명적인 감점을 안고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쏟아지고 있다.
●‘체류형 축제’ 선포 열흘 만에 정부 분산 대책
29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 달 12·13일에 열리는 ‘방탄소년단 세계 순회공연 아리랑 인(IN) 부산’과 연계해 도심 전체를 거대한 복합 문화·관광 공간으로 확장하는 ‘도시 전역 축제화’ 사업을 가동한다고 대대적으로 선포(국제신문 지난 19일 자 6면 보도)했다. 광안리해수욕장 1000대 규모 드론쇼, 화명생태공원 심야 야시장, 부산항 제1부두의 미식 마당인 ‘포트 빌리지 부산 2026’ 등 밤늦은 시간까지 관객들의 발을 묶어둘 야간 콘텐츠를 촘촘히 배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숙박업소들의 상상을 초월한 ‘바가지 폭리’는 부산시 계획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가 브랜드 이미지 타격을 우려하며 개선을 지시하자, 이튿날인 28일 재정경제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바가지요금 근절 관련 TF 회의’를 열고 기습적인 대책을 내놨다. 부산 시내의 독과점 폭리를 깨기 위해 경남 양산과 창원 등 인근 지역의 대학교 기숙사, 공공기관 연수원 등을 샅샅이 훑어 대체 숙소로 긴급 지정하고 관객들을 부산 밖으로 탈출시키겠다는 방안이다.
정부의 이 같은 공급 분산 대책은 “부산에서 숙박하며 체류형 소비를 하라”던 부산시 발표를 정면으로 뒤집는 결과가 됐다. 시 전역을 축제판으로 만들어 관객들의 지갑을 열겠다던 부산시의 체면이 순식간에 구겨진 셈이다.
●‘바가지 통제 불능’에 5만 석 돔구장 날아갈 판
전문가들은 부산이 메가이벤트를 감당할 행정 역량이 부족한 도시라는 매서운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 경고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사태가 부산의 미래 먹거리 사업인 대형 인프라 유치 전선에까지 불똥을 튀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K팝 공연 인프라 확충’을 위해 5만 석 규모 스포츠·공연 복합 돔구장 조성을 추진하며 전국의 지자체를 대상으로 후보지 공모를 계획 중이다. 2030년 착공, 2034년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를 잡기 위해 현재 전국 지자체 간의 유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대규모 공연 인프라를 유치하고 성공시키기 위한 핵심 척도는 단순히 행사 유치 능력이 아니라, 밀려드는 인파를 안전하고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행정력과 거버넌스)에 있다. 콘서트 하나조차 중앙정부와 엇박자를 내며 숙박 바가지요금 문제를 통제하지 못하는 도시라는 낙인이 찍힐 경우, 향후 문체부의 공모 심사에서 대형 메가이벤트 수용 역량 미달로 치명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타 지역에서 숙박을 하더라도 부산이 갖춘 관광 콘텐츠가 풍부해 다시 돌아오리라 본다”며 “공연을 마친 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버스를 증편하고 도시철도 막차 운행시간을 늦추는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