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 35곳 중 71% “재고 위기”
- 정부, 대체의약품 내세워 조치
- 의사들 “생명 담보로 탁상공론”
소아 응급실에서 발작 환자 생명을 구하는 이른바 ‘에어백’으로 통하는 필수 의약품 공급이 끊기면서 당장 오는 7월 이전에 소아 의료 현장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17일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소아청소년 병원 35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응급 환자 처치의 필수 약물인 항발작 주사제 ‘아티반(성분명 로라제팜)’ 재고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응답 병원의 71.4%(25곳)가 이미 위기 상태라고 답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12개 병원은 “이미 재고가 완전히 소진돼 응급 환자가 발생해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털어놨고, 13개 병원은 “1~2개월 내에 바닥이 날 예정이어서 7월 전 치료 대란이 확실하다”고 했다.
아티반은 뇌의 과도한 신경 흥분을 억제해 발작을 신속하게 가라앉히는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항발작제다. 임상적 중요성이 워낙 커 국가 필수의약품이자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지만, 국내 유일 공급처 일동제약이 지난해 12월 채산성 저하 등을 이유로 생산 중단을 선언하면서 현장 공급망에 구멍이 뚫렸다.
보건 당국은 미다졸람이나 디아제팜 등 대체 의약품이 있어 진료에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동제약이 지난해 하반기 추가 생산해 둔 물량으로 버티는 사이, 이 품목을 넘겨받을 삼진제약이 이달 중 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관련 절차를 신속히 밟아 공급 공백을 메우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 최전선에 있는 의사들의 판단은 다르다. 설문에 참여한 병원 69%는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발상이자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소아 응급 상황에서는 약물마다 투여 경로와 효과 발현 시간이 달라 대체제를 급하게 쓰다가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병원은 정부가 즉각 실행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실제 생산 원가를 반영한 약가 인상(63%)’을 꼽았다. 제약사가 손해를 보며 약을 만들지 않도록 유인책을 줘야 품절 사태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실제로 소아 현장에서는 아티반뿐만 아니라 영유아 급성 호흡곤란 치료제 ‘벤토린 네뷸’, 소아 천식 치료제 ‘풀미코트 레스퓰’, 시럽형 해열제와 항생제 등 초저가 필수 약품들이 수시로 동나 진료에 애를 먹는다. 소아청소년병원협회 관계자는 “향후 어떤 의약품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필수의약품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미리 분석하는 ‘공급 영향 평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