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13일 부산진구 서면스테빌리움 2차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 소방대원들이 소화전을 확보하기 위해 방해차량 유리창을 제거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재난현장으로 신속한 접근을 위해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 처분하고 소방차 통행로를 확보해 시민을 구출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하고자 마련됐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13일 오전 10시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중앙대로635번길 25 이면도로. 상가와 오피스텔 사이 좁은 길목에 검은색 승용차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다. 이 때문에 소방차가 도로를 지나가기에는 폭이 나오지 않았다. 머지않아 소방대원이 손짓으로 진입 방향을 알렸다. 곧이어 소방차가 불법 주정차 차량 옆면에 바짝 붙었고, 충격음과 함께 차량이 옆으로 밀렸다. 차량 앞 범퍼는 일부 벌어져 있었고, 운전석 쪽 앞 펜더와 문짝에는 긁히고 찌그러진 자국이 선명했다. 차량을 밀어낸 뒤에야 소방차가 화재 현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출동로가 확보됐다. ‘강제 돌파’다.
이날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긴급출동에 방해되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강제 처분하는 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월 8일 재난현장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강제 처분 실시를 당부한 데 따른 것이다. 차주를 찾거나 견인을 기다리지 않고 통행로를 확보해 화재 골든타임을 지키겠다는 취지다.
강제 돌파에 이어 ‘강제 밀기’ 시연도 진행됐다. 진입로를 막은 회색 SUV를 대상으로 한 시연에서 대원들은 차량 내부에 사람이 있는지 먼저 확인했다. 소방차가 SUV 뒤편으로 다가섰고, 대원의 수신호에 맞춰 소방차 앞부분이 차량에 닿자 SUV가 조금씩 앞으로 밀려났다.
출동로와 진입로를 확보했더라도 소화전 사용이 막히면 초기 진압은 늦어질 수밖에 없다. 대원들은 소화전 앞을 막은 차량의 내부와 주변 안전을 확인한 뒤 소방도끼로 유리창을 깼다. 이어 소방호스를 차량 안으로 통과시켜 소화전에 연결했다. 소화전 확보를 위해 차량을 현장에서 없애는 ‘장애 제거’ 절차다.
이 3가지를 포괄하는 강제 처분은 소방기본법에 근거한다. 2011년 소방기본법 개정으로 마련됐다. 소방활동을 위해 긴급 출동할 때 소방자동차 통행과 소방활동 방해 차량·물건 등을 제거하거나 이동시킬 수 있도록 규정됐다. 그러나 차량 파손에 따른 민원과 책임 문제로 현장에서는 강제 처분을 주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실제 부산에서 강제 처분을 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최근 6년간 전국 강제 처분 사례도 7건(서울 3건, 인천 1건, 충남 1건, 충북 2건)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 하명수 방호조정관은 “강제 처분이 강화되면 긴급 상황에서 소방차가 더 빨리 현장에 도착해 화재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