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기사와 무관한 돼지고기 사진. 국제신문 DB |
- 수입 닭·돼지고기 ‘라벨 갈이’
- 법원 “사회 기초 신뢰 무너져”
국내산으로 속인 수입 닭·돼지고기 약 195만 ㎏을 다른 곳도 아닌 학교·군부대에 납품한 일당이 실형에 처해졌다. 법원은 ‘우리 자식들이 있는 학교와 군부대에 원산지를 조작한 식재료를 공급했다’며 이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3-2부(이소연 부장판사)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강서구 소재 식육포장처리업체 대표 A 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부사장 B 씨와 협력업체 대표 2명은 일부 감경됐으나 징역 9개월~징역 2년 9개월의 실형 등이 선고됐다.
이들은 2021년 2월~2024년 9월 수입산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킨 뒤 급식업체를 통해 학교와 군부대로 173만 ㎏가량 납품해 48억 원 수준의 부당 이득을 거둔 혐의를 받았다. 또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국내산 돼지고기에 수입산을 섞어 ‘국내산’ 라벨을 붙이곤 학교와 군부대에 약 21만7000㎏의 고기를 판매한 혐의도 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을 보면 A 씨는 협력업체 등 5곳을 통해 수입산 닭고기를 사들였다. 이어 닭고기를 국내산으로 ‘포장갈이’한 뒤 허위의 거래명세표와 입출금 내역을 만드는 방식으로 마치 국내산을 납품받은 것처럼 꾸몄다.
이후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또 다른 업체에서 수입산 닭고기를 절단·포장한 뒤 원산지를 국내산으로 표시해 급식업체에 넘겼다.
돼지고기 관련 범행은 부사장 B 씨가 주도했다. 그는 해당 업체에서 돼지고기 부문에 대한 독자적 운영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B 씨가 범행을 계획한 것은 2021년 코로나 팬데믹 무렵이었다. 당시 국내산 돼지고기 수급이 불안정해 단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여긴 그는 비교적 값싼 수입산 돼지고기를 국내산과 혼합해 학교 급식용 등으로 납품하려 했다.
범행을 위해 B 씨는 업체에서 축산물 매입을 담당하는 영업팀장과 축산물 절단을 맡은 생산팀장을 포섭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업체에서 수입산 돼지고기를 절단한 뒤 국내산과 섞곤 ‘국내산’이라 쓰인 라벨을 부착해 학교와 군부대에 팔았다.
지난해 11월 1심은 이들의 범행이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산지를 허위 조작한 식재료들이 우리 아이들이 있는 학교와 우리 자식들이 있는 군부대에 다수 공급됐다. 이 사건 범행과 같이 쉽게 발각되지 않는 범죄를 선처하게 되면 누구나가 한 번쯤 범행을 하고자 하는 유인이 생기므로 선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직원으로서 부사장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한 직원들에게도 “조직의 가장 말단 직원이 아닌 팀장의 직함을 가진 중간관리자들”이라며 주장을 배척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A 씨가 약 1년 동안 구금돼 있으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사정까지 감안하더라도,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만한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엄벌 기조를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