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호(56·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씨는 세종시에 계신 노부모 얼굴을 못 뵌지 오래다. 휠체어 이용자인 그에게 일반 승용차는 언감생심. 트럭을 빌리거나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야 해 이동을 포기하기 일쑤다. 불효를 강요받는 것 같았다. 한때는 ‘시외버스를 타고 고향에 가면 되겠다’는 기대를 품었다. 2019년 국토교통부가 시외·고속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는 시범사업에 나선 것이다. 실제 서울을 기점으로 부산·강릉·전주·당진행 4개 노선의 버스 10대에 휠체어 자리가 생겼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끝나자 전국 시외버스 운수업체 중 휠체어 자리를 마련한 버스를 운영하는 곳은 없었다. 나라가 휠체어 자리 설치비를 지원했으나 단 1곳도 사업에 지원하지 않았다. 지원되는 돈은 개조 비용 5000만 원의 절반인데, 휠체어 자리를 설치할 때 없애야 하는 일반 좌석이 4석 전후라 운임 측면에서 손해라는 이유다.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부산지부는 23일 부산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를 시외·고속버스에 태워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동권이 헌법상 기본권인데도 휠체어를 이용한다는 것 때문에 버스에 탑승하지 못해선 안 된다며 “장애인을 향한 시혜가 아니라 인간 권리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산지부는 ‘시외이동권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부산 기반 운수업체 3곳을 피고로 뒀다. 차별구제 소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근거로 한 절차로 승소 때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 행위를 법원 명령으로 직접 시정할 수 있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는 같은 취지의 청구가 받아들여져 버스 내 휠체어 자리를 마련하라는 법원 명령이 내려진 바 있다. 이번 소송은 부산을 비롯한 7개 지역에서 동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