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市 긴급점검은 얕은 지하층 국한
- 하천 옆이라 추가 지반유실 우려
- 크고 작은 시공 사고…불안 키워
- 전문가 “40~60m 아래도 훑어야”
부산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대심도)가 개통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인근 도로에서 연쇄 지반 침하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번 사태가 단순한 ‘다짐 부실’을 넘어 공사 구간 전체의 구조적 안전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깊은 지하층 어디에 정체 모를 ‘빈 공간(공동)’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시민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시의 일시적인 점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심도 공사 구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 진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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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내성지하차도 명륜 방향 진입로에 일원에 지반침하가 발생해 차량 통제 후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되메우기 부실’은 예견된 인재?
6일 부산시는 브리핑을 통해 이번 사고가 지하 60~80m 깊이의 대심도 본선 터널과는 구조적 연관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가 발생한 지점은 지표면과 가까운 ‘가시설 구간’으로, 터널 출입구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냈다가 다시 메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결함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시가 긴급 점검에 활용한 GPR(지표투과레이다) 탐사는 지하 1~2m 내외의 얕은 층만을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약식 검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하 깊은 곳에서 공동이 형성돼 서서히 상부로 무너져 내리는 ‘함몰 전조’ 상황이라면, 현재의 GPR 방식으로는 이를 사전에 포착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 이날 브리핑 현장에서 “더 깊은 심부의 공동 발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시 관계자가 “100% 장담할 수는 없다”고 답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두 곳 모두 각각 온천천과 수영강이 흐르는 연약지반으로, 지하수 유입에 따른 추가적인 지반 유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처지다. 실제 이날 수영강변지하차도 진출입부에 다시 침하가 발생했다.
과거의 사고 이력도 불신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미 2023년 2월, 대심도 1공구 지하 40m 지점에서 25t 트럭 40대 분량의 토사가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시공사가 사고 사실을 이틀간 은폐하며 늑장 보고를 했던 전례는 행정과 시공의 신뢰를 송두리째 앗아갔다. 여기에 동래구 온천천 주변과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수년 전부터 지속된 벽면 균열과 미세 땅 꺼짐 현상은 대심도 공사가 주변 지반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 “엑스레이식 조사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단기 점검을 넘어 전기비저항 탐사와 심층 시추 조사, 탄성파 검사 등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하 40~60m에 달하는 터널 층부터 지표면까지의 모든 지층을 엑스레이 찍듯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한 지반공학 전문가는 “시가 발표한 ‘되메우기 작업 불량’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5㎞ 이상 떨어진 두 곳의 지하차도 입구에서 동시에 침하가 일어났다는 점은 이례적이고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GPR로는 심층부에서 시작된 지반 약화나 수로 형성을 근본적으로 찾아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하차도 출입구 경계부는 통신·상수도 등 각종 매설물이 집중돼 있어 대형 장비를 이용한 정밀한 다짐 작업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정치권도 이 문제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에서 “대심도는 공사 과정에서도 지하철 3호선 선로가 지나는 구간 바로 아래에서 토사가 붕괴되는 등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며 ”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 대책을 내놓고,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는 대심도 주요 출입구인 중앙·만덕·센텀IC 전체 구간에 대한 정밀 탐사와 집중 모니터링에 돌입할 방침이다.